한 여론업체가 조사해 지난달 29일 발표한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에 따르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여권 내에서 단연 1위다. 지지율 20.2%를 보이고 있는 이 수치는 2위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6.2%)의 3배 이상이다. 지금까지 주간별로 실시돼온 국민여론조사에서 장기간에 걸쳐 김 대표는 안정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바,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아무래도 여권 대표라는 지위가 현재 입장에서 타 주자들과는 월등하게 비교되게 만든다.

그러한 국민의 안정적인 지지도와는 다르게 ‘유승민 정국’을 만난 김 대표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 운운하며 정치적 동반자로서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을 강하게 내비친 이후 김 대표는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가 싸우면 대통령이 질 순 없다는 게 의원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새누리당 의총에서 의원 다수가 유 원내대표의 책임을 묻지 않고 넘어가자 “(유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주장하는 다수) 의원들의 의견도 존중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유승민 사퇴로 몰고 가자 김 대표는 최고위 브리핑을 통해 “최고위원들은 이유가 어쨌든 간에 결과에 대한 책임은 누군가 져야 하고, 그 책임은 유승민 대표가 지는 것이 좋다. 당을 위해 희생을 통한 결단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비박계인 자신의 동반자라 할 수 있는 ‘유승민 구하기’보다는 박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려 여당 대표로서의 프리미엄을 견지하고, 대선후보 ‘무임승차’ 하려는 몸보신에 급급한 모양새로 보인다.

대통령으로부터 여당 비난 직격탄이 쏟아진 이후 여당은 중심타를 잃은 배처럼 기우뚱거리고 있다. 그럴 때일수록 메인키를 잡은 김무성 대표가 정(正)방향 항해와 선체의 이상 유무, 항해거리와 속도, 기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승무원 혹은 승객들의 안전조치 등 선장으로서의 역할을 지혜롭게 수행해야 함은 지극히 마땅하다. 누가 봐도 지금은 새누리당과 청와대 간 소통과 중재가 시급하고, 그 몫을 대표가 해야 함인데 그렇지 못하고 이 말 저 말에 눈치 보면서 흐름을 타는 듯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기회주의(機會主義)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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