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지연 기자] 해인사가 주지 선출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다. 앞서 방장 추대 과정에서도 갈등을 표출했던 터라, 우리나라 대표 사찰 중 하나로 꼽히는 해인사의 위신이 위태롭게 느껴질 정도다.

애초 차기 주지 후보로는 원학스님, 여연스님, 향적스님 등 3명이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선출 과정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자 방장인 원각스님이 방장추대위원회를 소집해 지난 24일 차기 주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결론적으로 ‘차기 주지 추천은 방장 스님의 고유권한’이라며 공이 방장에게 넘어왔다.

그런데 이튿날인 25일 새벽 방장 원각스님이 주지 추천서를 향적스님에게 써줬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원학스님 및 여연스님으로부터 강한 반발이 일었다. 향적스님을 비롯해 여연스님과 원학스님은 방장 추대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힌다.

주지 후보로 거명되던 여연스님은 향적스님에 대한 주지 추천 철회를 요구하며 26일 방장실에 철회 촉구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로는 방장 선출 과정에서 향적스님이 금품을 살포했다는 점을 들었다.

나머지 2명의 스님이 이번 향적스님 추천을 반대하는 주요 명분으로 내세운 부분은 ‘해인사 정상화’다. 그간 6~7년간 해인사정상화추진위원회 활동을 하며 고생했는데 주지 추천에서 배제되는 것이 마땅치 않을 뿐만 아니라 ‘금품 살포’ 스님을 주지로 추천하는 것은 해인사 정상화와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다. 원학스님도 철회 촉구서는 직접 보내지 않았지만 향적스님 추천에 문제가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편 방장 측 관계자는 추천서를 둘러싼 갈등과 금품 수수 의혹은 모두 오해라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위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해인사의 명성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어 앞으로의 주지 선출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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