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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발표’
택시표시등·미터기 등 없어… 요금도 자율
택시기사 “택시업계에 밥그릇 뺏어가는 것”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이르면 오는 8월부터 택시표시등, 미터기, 카드결제기가 없어 겉으로 봤을 때 일반 승용차와 별 차이가 없는 택시가 거리를 돌아다닌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다음 주 법제처 심사에 넘긴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내용은 고급택시의 기준을 배기량 3000㏄ 이상에서 2800㏄ 이상으로 완화하고 요금 자율결정, 차량 외부에 택시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개정안에는 택시표시등과 미터기·카드결제기 장착 의무가 면제되고, 시·도지사가 정하는 범위에서 요금을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일반승용차를 이용한 불법 우버 택시에 쏟아진 관심 등에 비춰 봤을 때 고급택시 수요에 대한 가능성을 충분하다고 보고 관련 규정을 개정하게 됐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그동안 BMW·벤츠 등 고급 승용차로 강남 유흥가 등에서 불법 콜택시가 수차례 무더기로 적발됐다. 하지만 정식으로 ‘고급택시’ 영업을 하는 사업자는 없었고, 합법 적이지도 않았다.

개정안이 발표되자 시작 전부터 이를 두고 불법 콜택시를 합법화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의욕과는 달리 택시업계 의 반응은 냉랭했다. 안 그래도 대중교통 확충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어려운 택시업계의 밥그릇을 뺏어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모범택시기사 정은옥(72, 남)씨는 “요즘 같은 때는 하루 2~3명의 손님을 태우면 많이 태우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급택시가 등장하면 아무래도 피해를 보지 않겠느냐”며 “이전에도 카카오택시, 티맵택시, 스마트택시, 장애인택시 등 여러 가지 택시를 내놨는데 또 내놓는다는 것은 택시기사들의 숨통을 조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반택시를 30년째 몰고 있다는 차범준(가명, 65, 남)씨는 “메르스 영향으로 중국인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예약이 취소돼 손님이 이전보다 훨씬 줄었다”며 “정부가 아무런 대책 없이 택시만 늘려가기만 해서 되겠느냐”고 한탄했다.

시민들은 대부분 고급택시제도 도입을 공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지현(가명, 23)씨는 “지금 있는 택시기사도 넘치는 판인데 다른 택시가 나온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차가 고급이냐 보다 요즘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가가 관건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형탁(35, 남)씨는 “택시를 분류해서 요금부담을 높여 시민들이 거부감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서비스만으로 경쟁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차가 비싸다고 그게 고급이라고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 23일 네이트가 시민 1만 48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요금자율 고급택시, 이용할 의사 있습니까?’라는 설문에서 사용할 의사가 ‘절대 없음’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90%(1만 3306명)나 됐다. 반면 ‘자주 이용’은 3%(394명), ‘가끔 이용’은 7%(991명), 기타는 1%(130 명)로 저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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