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당명을 바꾼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 단초가 유승민 원내대표인데, 당헌에서 보장된 내년 2월까지 1년의 임기를 무사히 마쳐낼는지 아무도 모른다. 유 원내대표 가 사퇴하려는 생각이 없자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나서서 “도려내야 한다”며 칼날을 세우고 있다. 당내 선거전에서 비박에 판판히 깨진 친박계가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운운에 힘입어 당사자를 그냥 둘 수 없다며 작전(?)권을 서청원 최고의원에게 일임했다는 소식이다.

지난 2월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전폭적인 친박계의 지지를 받는 이주영 후보를 84대 65로, 19표 차이로 너끈히 승리한 유승민 원내대표는 당선인터뷰에서 “변화와 혁신을 통해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와 거리감 없이 긴밀하고 진정한 소통을 통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 무엇이 민심인지, 무엇이 미래를 위한 것인지를 고민하며 찰떡 공조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기의 반을 채우지 못한 채 사단(事端)이 일어났고, 시비의 격랑을 타고 있는 것이다.

비박계 김무성 대표 체제하에서 다시 비박계 원내대표를 맞은 새누리당은 친박 실세들이 지도부 흔들기 시도를 멈추지 않는 한 언제든 갈등의 씨앗을 배태(胚胎)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 얼라들’ 말을 하는 등 정치적 소신이 강한 유 원내대표에 대해 청와대의 경고음이 계속 들리는 가운데, 지난 4월 8일 국회 본회의장 당대표 연설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보수를 혁신하는 ‘여당판 제3의 길’을 제안했다. 자신의 주전공인 경제정책을 언급하며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 반성한다. 정치권은 국민과 함께 대안을 찾아야한다”고 열변을 토하는 명연설을 했는데, 이것이 청와대의 역린(逆鱗)을 건드렸다는 게 중평이 나돌기도 했다.

이쯤 됐으면 여당 원내대표가 풍전등화의 신세가 아니라, 여당의 근간이 흔들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당헌 제83조에서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로서 국회운영에 관한 책임과 최고 권한을 갖는다’는 규정이 있다. ‘국회운영에 관한 최고권한자’가 몇 명에 의해 정해진 임기를 박탈당할 위기에 놓여있으니, 이것은 도당(徒黨)인지 정당인지 당최 분간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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