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서울 종로 사간동 화쟁문화아카데미에서 제5회 종교포럼이 열린 가운데 (왼쪽부터) 박병기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조성택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 김근수 가톨릭프레스 편집인,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이 토론을 진행 중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화쟁문화아카데미 제5회 종교포럼
“다른 사람의 고통에 민감한 불교적 특성 살려
수행만 치우치지 말고 현실 개입에 적극 나서야”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불교가 고통에 대처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예를 들면 사람이 죽었다고 할 때 다시 살려내는 기적을 행하는 게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그대로 직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거기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화쟁문화아카데미 조성택 대표는 불교의 고통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면서 “그러나 동시에 불교의 치명적 단점이자 한계”라고 지적했다.

불교는 이웃의 고통에 얼마나 공감하고 있을까. 27일 화쟁아카데미의 종교포럼이 던진 질문이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현실적으로 별로 공감을 하고 있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부처의 삶을 지나칠 만큼 보수적으로 해석해 온 데서 그 이유를 찾았다.

주로 개인적인 수양에 중점을 두다보니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함께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사회를 변혁하는 에너지의 원천으로 불교가 역할을 해온 사례를 역사적으로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사회참여를 꿈꿨던 대승불교조차도 그 이상을 실현하지 못했는데, 불교의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기대하고 있는 현대 시대에는 불교가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불교가 ‘고통’에 대해 고심하는 종교임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구체성은 늘 배제돼 있었다고 짚었다. 불교가 ▲고통의 문제를 개인적 문제로 국한 ▲깨달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그릇된 수행문화 ▲관념적인 고통의 이해와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생명 없는 교리적 불교, 감성을 살려라”

조 대표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불교에 대해 ‘감성의 복권’을 강조했다. “너무 머리로만 생각하고 감동이 없다. 종교가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은 생명체로 말하면 생명이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교리화에 치우치거나 이치를 깨닫기 위해 수행에만 몰두하는 태도도 경계했다.

그는 불교만의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살려 현실에 개입하는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불교는 언제나 다른 종교가 참여할 때 숟가락 하나 더 얻는 형태로만 따라했다. 그러나 불교적 가치가 드러나는 참여형태를 가능하게 만든다면 그럴 때 사회가 더 균형 잡힌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그중 하나로 ‘고통에 대한 예민함’을 들었다. 예를 들어 불교에서는 살생을 하지 않는 것이 ‘불상생계’라는 규율 때문이 아니라 상대가 겪는 고통에 대한 공감과 동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불교적 가치 살린 실천·개입방법 찾아야”

따라서 ‘나’는 나 아닌 존재들과 관련돼 있음을 자각하고, 정치적 각성과 비판 정신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언급했다. 종교의 정치 개입을 경계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정교의 분리란 제도와 권력을 뜻하는 것이지 의식과 실천에 있어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불교만의 방식을 찾아 현실에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적 가치는 자기 자신이 피해자이기도 하고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고, 이렇게 양쪽의 마음을 모두 헤아리는 불교적 관점을 살려 다른 종교․시민단체와 차별화된 점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 순서를 통해 김근수 가톨릭프레스 편집인은 가해자와 피해자 문제를 고민함에 있어서는 여전히 책임의 우선성과 비중이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랑을 논하기 전에 정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견해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정의 또한 있을 수 없는 것”이라며 불교적 관점을 강조했다.

한편 화쟁아카데미의 종교포럼은 올해 총 9번의 일정으로 서울 종로구 사간동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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