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잎채 대표메뉴 곤드레밥. 즉석에서 지어준 밥을 먹고 둥글레차를 부어 놓으면 맛있는 누룽지도 즐길 수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맛깔스런 한식뷔페 전성기
20대 입맛 당기는 퓨전 가미 한식 ‘자연별곡’
40대 마음 잡은 푸근한 진짜 집밥 ‘풀잎채’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기분 따라 날씨 따라 입맛이 달라진다고 해도, 맛있는 건 언제나 ‘진리’다. 먹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한입 가득 따뜻한 밥. 이름 난 유명 스파게티도 줄 수 없는 한식만의 매력이다.

그래서 요즘 한식뷔페가 인기 절정이다. 한국인들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는 한식뷔페 2곳을 가봤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자연별곡’에 가면 20~30대 젊은층도 찾고 싶은 한식 메뉴를 만난다. 대기업의 노련함일까. 젊은이들 입맛을 척척 맞춰낸 달콤한 단팥퐁듀, 크림버무리 떡볶이, 매콤달콤한 순살닭강정, 철판닭볶음밥, 한입에 쏙 들어가는 깔끔한 깻잎쌈밥 등이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여기에다 후식으로는 감귤소스·초콜릿소스를 취향대로 찍어먹는 하얀 경단떡, 계피경단, 흑임자·복분자 아이스크림 등 변화무쌍한 한식 디저트가 있다 보니 20대 젊은이들의 모임처가 됐다.

각종 차(茶)도 선택을 기다린다. 먹은 음식이 잘 내려가도록 귤피차, 작설차, 국화차, 연근차 등 말 그대로 다양한 차가 그득하다. 가격은 점심 1만 2900원, 저녁 1만 9900원이다. 다른 대기업들이 하는 계절밥상(CJ), 올반(신세계)보다는 가격이 저렴하다.

▲ 이랜드 자연별곡의 계피경단과 깻잎쌈밥. 한입에 쏙쏙 들어가는 데다 맛이 좋아 인기가 높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자연별곡 홍대점 내부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렇다고 젊은이들만 찾는 식단은 절대 아니다. 어른들이나 가족들이 와도 충분하다. 보리밥, 연근영양밥, 삼계죽, 곤드레감자밥 등 어르신들 입맛에도 “잘 먹었다”하고 만족감을 선사하는 음식들이다.

한식의 기본인 ‘밥맛’부터 다른 뷔페를 찾는다면 ‘풀잎채’를 추천한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집밥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대기업들 틈새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비결은 단연 ‘밥맛’이다.

특히 대표메뉴 곤드레밥은 정말 일품이다. 먹는 순간 엄지를 척 치켜들게 만든다. 강원도에서 공수해 온 곤드레나물을 1인용 솥에 담아 즉석에서 지어낸다. 이외에도 참나물, 취나물, 고사리 등 맛깔스런 나물반찬이 구비돼 있어 40~50대 이상 중년 모임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다.

중소기업이지만 올해 안에 40~45곳까지 매장을 늘릴 계획이어서 연말이면 현재 39개인 이랜드 ‘자연별곡’과 비슷한 매장 숫자로 경쟁구도를 만들 전망이다.

풀잎채는 이외에도 즉석에서 면을 뽑아 만드는 수제 함흥냉면,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순두부와 흑임자깨두부가 대표 메뉴다. 음식은 여러 가지 소스를 구비하기보다 재료의 맛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후식으로는 쫀득한 정선수리취떡을 즐길 수 있다. 가격은 평일점심 1만 2900원, 저녁이나 주말은 1만 6900원이다.

<인터뷰 - ‘풀잎채’ 정인기 대표>

정말 집밥 느낌이 난다. 40~50대가 특히 좋아할 것 같은데.

20년 전 ‘두부마을’로 처음 외식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때부터 주부들을 타깃으로 잡았다. 남편과 아이들이 각자 일을 하러 나간 뒤, 외출해서 편하게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림을 그렸다. 20~30대 젊은층을 겨냥하기보다 40대 이상이 정말 좋아할 만한 한식 그대로를 구현하고 싶었다.

2013년 ‘풀잎채’를 시작할 때도 중장년층 주부나 가족을 대상으로 삼았다. 내가 하고 싶은 건, 서구화된 방식(뷔페식)으로 음식을 제공하더라도 음식 맛만은 더욱 더 한식답게 가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아직 낯설 수 있지만 결국 20~30대도 이 맛에 동화되지 않을까 한다. 나는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한식다운 한식’을 담아내고 싶다. 젊은 연령층이 한식을 이해하고 와 주면 감사하고, 아니라도 나는 기다리겠다.

▲ 그의 목표는 ‘더욱 더 한식답게’다. 풀잎채 청량리점에서 만난 정인기 대표가 곤드레밥을 크게 한술 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대기업보다 먼저 한식뷔페 사업을 시작했다. 계기가 뭐였나.

한식이 좀 하대를 당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좌식으로 바닥에 앉아서 불편하게 먹는 것도 시대와는 안 맞는 것 같고, 우리나라 음식은 메인과 반찬이 함께 나오는 방식이다. 그런데 반찬은 손님의 의사와 상관없이 주인이 그날그날 정해서 만들어서 준다. 먹는 사람이 좋아하든 안하든 말이다. 손님 입장에서는 반찬 중에 정말 맛있는 게 있어도 다 먹고 나면 몇 번이든 계속 달라고 하기가 왠지 어렵다. 그래서 손님이 100번이라도 편하게 갖다 먹을 수 있으면서 한식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 거다. 일반 음식점은 특화된 주요 메뉴를 정해놓고 영업을 하기 때문에 철따라 바꾸기도 어렵다. 그에 비해 한식뷔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양한 음식을 차려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메뉴에 도입하고 싶은데, 가격이나 다른 사정으로 못 내놓는 음식은?

생선류다. 특히 화덕 생선. 메뉴로 개발할 때 가격 저항이 가장 센 아이템이 생선구이·생선조림이다. 한식이라면 생선이 빠질 수 없는데…. 그래서 어떻게 도입할까 고민 중이다.

대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부분은 어떤가.

오랫동안 한식 외식사업을 해오다 보니 사명감 같은 것도 있다. 대기업과 달리 우리 회사 직원들은 ‘풀잎채’가 전부다. 직원들이 24시간 풀잎채만 생각한다. 임하는 자세가 좀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을까.

특히 우리 곤드레 가마솥밥과 수제냉면은 다른 대기업들이 따라했는데, 누군가 따라하는 건 좋은 일이다. 우리가 좀 더 맛있다면 곧바로 비교가 될 수 있지 않나 생각도 해본다.

유난히 집밥 같은 비결은?

한식 사업을 오래 해 온 덕분 아닐까. 내가 제일 경계해 온 점이 ‘인스턴트’다. 공장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공산품 같은 음식은 안 된다고 늘 얘기한다. 현재 경기도 광주에 제2공장을 짓고 있다. 하지만 주방에서 조리하는 일손을 약간 덜어주는 것일 뿐, 원물의 맛을 살리는 데 가장 집중한다. 농가와 협업해서 우리 메뉴와 잘 연결하고, 가장 집밥처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저녁 식사 가격이 한식뷔페 중 가장 저렴한데

신세계 ‘올반’이 한식을 잘 표현하고 있고 맛도 좋다고 본다. 하지만 한식뷔페는 오늘도 오고, 내일도 올 수 있게 가격부담은 좀 낮추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올반(신세계)이 2만 3000원에 가깝고 계절밥상(CJ)도 비슷한데… 가격이 비싸면 한 번 더 생각하고 모임을 마련할 때나 가게 된다. 이에 비해 풀잎채는 마음먹고 오는 곳이 아니다. 밥은 그냥 매일 자연스럽게 먹는 것인지 마음먹고 먹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투자를 받는 출점 방식을 유지할 계획인가.

전문화 시대는 앞으로 심화될 것이다. 내가 직접 식당을 운영하기보다 외식전문가에게 맡기고 수익을 얻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풀잎채는 쇼핑몰에 많이 들어간다. 로드샵에 비해 실패확률이 적다. 한식을 넓은 평수에서 표현하고,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통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거다.

지금까지 투명한 공개 모집을 통해 투자자로부터 23개 매장에 3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대기업들이 점포를 늘려가는 데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더 많은 자본을 동원할 수 있고, 대신 운영을 잘 하면 된다. 올 연말 안에 연봉 1억원 점장이 나올 것으로 본다. 인재양성을 확실히 하는 게 중요하다. 말로 만드는 음식과 마음으로 만드는 음식은 다르기 때문이다. 반드시 조리나 외식을 전공한 인재만 올 필요도 없다. 심리학과 지질학과 문학과 출신 등 모두가 사람의 마음을 알고자 공부한 것 아니겠나. 외식만큼 그런 부분이 필요한 부분이 또 없다고 본다. 음식이 스킬만으로 되는 게 아닌 만큼, 젊은이들이 취업을 고려할 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외 진출은?

중국으로 파견을 원하는 직원들이 많다. 중국은 우리의 10배 규모니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한식의 세계화 측면에서 사업을 잘 펼치고 싶다. 현지 1호점은 내년 봄에 열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에서도 쇼핑몰 위주로 입점을 할 생각이다.

미국과 일본 진출도 당연히 준비 중이다. 일본 시장이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어렵다고 하지만 금액 대비 높은 만족도를 준다면 장사는 안 될 수가 없다. 내가 한창 사업을 일으킨 때도 IMF 이후 어려웠던 시절이다. 어려울 때 먹히는 아이템으로 승부를 보면 잘 될 것이다.

▲ 정인기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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