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남북관계에도 ‘해빙무드’가 올 것인가. 최근 대화를 모색 중인 한일을 두고 남북 간에도 이런 대화의 물꼬가 트이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원칙은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유연한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과 맥이 닿아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는 최근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각 대사관이 주최하는 리셉션에 교차해 참석, 한일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사과·반성 없이는 정상회담도 어렵다는 원칙론을 앞세웠다. 이로 인해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인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요원하기만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 한일관계의 전환점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물론 한일 간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풀어야 할 현안이 켜켜이 쌓여 있다. 그럼에도 유연성을 발휘하면서 일본과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반면 지금 남북관계는 냉기만 감돌고 있다. 광복·분단 70주년을 맞아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북한이 지난 20일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면서 남북 스포츠 교류가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또 23일 서울에서 유엔 북한인권사무소가 개소한 것을 두고선 “남북관계는 파국”이라며 위협을 쏟아냈다. 우리 정부는 최근 일본과의 관계를 보더라도 원칙만 고수하다간 아무런 이득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절감해야 한다. 더욱이 8월 중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되는 등 관계 개선을 위한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정부는 현재 북한이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등의 조건을 걸지 말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북이 이런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대화의 테이블에 앉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원칙론 속에 유연성을 병행하면서 관계 개선을 위한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북한의 전제조건에 대해 좀 더 유연한 입장을 보인다면 대화를 위한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