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문재인 대표가 끝내 최재성 의원을 사무총장 자리에 임명해 당내 갈등이 촉발되고 있다. 당장 최재성 카드에 강하게 반대했던 이종걸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예상했던 대로 곳곳에서 갈등과 반목,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분당론’ 얘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물론 문재인 대표도 이렇게 되리라 몰랐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표는 최재성 카드를 강행했다. 왜 그랬을까. 도무지 못 말리는 문재인 대표의 강공 모드, 도대체 그 배경이 뭘까.

탈당하려면 해 보시라

문재인 대표는 당 지도부에 불만을 가진 비노계 인사들이 당장은 탈당한다고 엄포는 놓지만 결국 공천을 구걸하며 주저앉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을 강행한 것도 반대파의 목소리가 전혀 두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제1야당의 기득권에 안주해 어렵지 않게 당선된 현역의원들의 정서를 그는 잘 알고 있는 셈이다.

설사 몇 명의 의원들이 도무지 참지 못하겠다며 탈당해본들 별로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점도 문 대표는 알고 있다. 탈당은 많아봐야 손가락 꼽을 정도로 봤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탈당하면 오히려 앓던 이가 빠진 듯 속으로는 웃을지도 모를 일이다. 황야에 나선 무소속 의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그는 잘 알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호남 자민당’ 수준이거나 아니면 아무리 양보해서 교섭단체 수준이라고 해도 문 대표는 겁먹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어차피 내년 총선에서는 기호 1번과 2번의 싸움이 될 것임을 직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3당의 돌풍’ 같은 것은 그의 계산에는 없는 셈이다.

그리고 문재인 대표가 확신하는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비노세력’이라고 하지만 그 중심이 없다는 점이다. 설사 탈당사태가 벌어지더라도 누가 깃발을 들고 당을 뛰쳐나갈지도, 그리고 황야에서 누가 제3당 깃발을 세울지도 미지수다. 설사 수십명이 탈당해도 그들끼리 좌충우돌하며 끝내 지리멸렬하게 될 것임을 문 대표는 이미 간파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뭐가 두렵겠는가. “탈당하려면 해 보시라”는 것이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 강행의 키워드라 하겠다.

문재인 대표의 이런 인식은 정치현실적으로 아주 틀렸다고는 볼 수 없다. 지금 탈당한다고 큰소리쳐도 뒤로는 문 대표에게 공천을 보장받으려고 몸 사리는 의원들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새정치연합 갈등이 문 대표의 계산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펄펄 끓는 물이 분출하면 문 대표도 감당키 어려울 것이요, 여론도 문 대표에게 불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물이 펄펄 끓어 넘칠 것인가. 반대로 이대로 식어 버린다면 내년 총선에서 문 대표에게 유리할까. 자칫 모두가 괴멸될 수 있다는 점도 문 대표가 알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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