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아태평화교류협회 안부수 회장(사진 맨 왼쪽)이 지난 17일부터 서울시청에서 3일간 개최한 ‘한인(조선인) 강제징용 희생자 유골 봉환 사진전’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에게 사진설명을 하며 전시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제공: (사)아태평화교류협회)

㈔아태평화교류협회, 시청광장서 유골봉환 사진전 마쳐
안부수 회장 “한국정부, 日내 조선인 유골 수년째 방치”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일본 땅에 유기된 선조의 유골을 찾아 먼저 고국으로 모시는 것은 진작 했어야 할 일입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가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개최한 ‘한인(조선인) 강제징용 희생자 유골봉환 사진전’에서 안부수 아태협 회장은 조선인 강제징용 희생자 유골봉환의 필요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번 사진전에선 아태협이 지난 10여년간 추진했던 강제동원 한인(조선인) 희생자 유골 봉환 과정을 담은 기록사진 중 선별된 100여점이 선보였다.

전시된 사진은 ▲‘한인 강제동원 희생자 유해’ 조사·발굴·수습과정 및 현장 ▲한·일 정부의 희생자 확인, 인ᆞ허가증 등 유골 발굴 및 봉환 과정에 쓰인 각종 서류 ▲일본의 한인 강제 착취 동원 지역을 표시한 아시아태평양 지도 등을 담은 기록사진 등이다.

이번 사진전을 주도한 안 회장은 일제에 의해 강제동원 돼 일본 땅과 아시아태평양 곳곳에서 억울한 죽음을 맞고 방치된 선조들의 유골을 발굴하고, 고국으로 봉환하는 일에 젊음을 바쳤다.

그는 “전범국인 일본조차도 타국에서 전사한 자국민의 유해를 찾아 봉환하는 일에 정성을 다하지만, 한국정부는 일본 정부가 찾아 놓은 2700여위의 유골조차도 봉환하지 않고 수년째 그대로 방치해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 회장은 “부모에게 효를 다하고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사람은 만사가 잘 풀리게 돼 있고, 대인관계도 좋을 수밖에 없듯 외교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 (사)아태평화교류협회 안부수 회장이 지난 17일부터 서울시청에서 3일간 개최한 ‘한인(조선인) 강제징용 희생자 유골 봉환 사진전’에서 전시한 사진 원본자료. 일본의 황족인 유해발굴전문가 아사노(사진 중앙)가 안부수 회장을 도와 아시아태평양전쟁 때 일제에 의해 필리핀으로 강제동원, 희생된 한인 유골발굴 작업에 협조하고 있다. (사진제공: (사)아태평화교류협회)

전시된 사진 중에는 유골발굴 전문가인 일본의 황손이 안 회장을 돕는 모습도 포함됐다.

아태협 관계자에 따르면 10여 년간 간곡한 지원 요청에도 무관심했던 한국정부와는 달리 안 회장에게 마음을 연 일본은 민·관, 여·야, 종교·후생성 할 것 없이 안 회장과 아태협에 협력해 왔다. 이에 따라 가미카제 특공대로 차출된 한인 학도병의 명단을 포함해 일본이 한국인을 강제 징용한 사실이 기록된 당시 일본 관청의 보고문을 넘겨주기도 했다.

안 회장은 “우리가 한인 유골을 찾아다니는 것은 일본의 보상 때문이 아니다. 자손으로서 마땅한 도리를 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자연재해와 개발 등으로 유해가 사라지기 전에 속히 모셔 갈 수 있도록 부디 도와 달라”고 관계자들을 설득해 왔다 .

전시된 사진 중에는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의 매장지에 세워진 푯말 사진도 눈에 띄었다. 푯말엔 ‘태평양전쟁 당시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 유골 발굴 및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들이 묻힌 곳’이라고 적혔다. 이는 한인에 대한 일본의 강제징용을 인정하는 푯말을 일본 땅에 세우는 것을 일본이 공식적으로 허용한 최초의 사건으로 알려졌다.

안 회장에 따르면 아태협은 일본 시즈오까 지역, 후쿠시마, 북해도, 규수 지역 등 여러 지역의 매장지에 이 같은 푯말을 세워 왔다. 발굴 전까지 유골을 안전하게 보전하기 위한 목적이어서 해당 지역 민·관의 동의 아래 마찰 없이 진행됐다. 이 사건은 한일 양국 간에 엉킨 실타래를 모범적으로 풀어가는 민간외교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좋은 실례로 평가된다.

아태협이 지금까지 10년에 걸쳐 조사한 유골 수는 1만여위에 이른다. 그중 한인으로 추정돼 인근 사찰과 납골시설에 위탁보관 중인 유골이 3000여위, 한인으로 판명돼 고국 봉환된 뒤 천안국립 망향의 동산 등에 안치·추도한 유골이 총 177위다. 지난 2009, 2010, 2012년엔 각각 110위, 31위, 36위가 봉환됐다.

전시회에 비치된 홍보전단엔 미국, 일본, 이스라엘, 독일 등이 전쟁으로 희생된 자국민과 그 가족들에 대해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 상세히 설명돼 있다.

설명에 따르면 전범 국가인 일본은 현재까지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약 150만명의 유골을 발굴해 본국으로 송환해 갔다.

미국정부는 일본과 함께 미 전쟁포로·실종자 합동확인사령부 ‘JPAC’을 세워 아시아태평양 전쟁으로 희생된 자국민의 유해를 찾아 봉환하고 있다. 또한 2차 세계대전 이후 개입한 한국·베트남·이라크 전쟁에서 사망한 약 8만 3000명의 희생자 유해를 추적·조사·발굴하기 위해 450명의 전문 인력과 연간 1700억원의 재정을 들이고 있다. 발굴한 유해는 희생자 가족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에 의해 강제노역으로 국·내외에 동원된 희생자 수는 약 800만명, 타국으로 강제징용된 한인(조선인) 희생자 수는 약 1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한국정부는 지난 2013년 사할린 강제동원 노무 희생자 유골 1위, 2014년 같은 장소에서 18위를 처음으로 봉환해 지금까지 총 19위의 유골을 고국으로 모셔 왔다.

지난 2004년 우리정부 의뢰를 받은 일본은 조선인 희생자 유골을 보관하고 있는 사찰과 납골시설을 조사해 2700여위의 강제동원 조선인 노무 희생자 유골이 보관된 장소를 확인해 한국에 통보했다. 하지만 우리정부는 지금까지 유골 본국송환은 물론 관련 예산 편성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시를 통해 대국민 홍보와 함께 한인강제징용희생자유골봉환을 한국정부에 정식 요청해온 안 회장은 “아태평화교류협회는 앞으로도 사진전, 범국민 서명 운동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타국에 버려진 우리 유골의 마지막 위까지 꼭 고국 땅을 밟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국민의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사진전을 본 김서연(41, 여)씨는 “희생된 선조들에게 조국이 해 주었어야 할 최소한의 위로를 대신 해준 아태평화교류협회 지난 10년간의 노고와 정신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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