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현지시간) 시리아 난민들이 터키 동남부 산리우르파주의 악카칼레에 설치된 국경 철조망을 뚫고 빠져나온 뒤 터키군이 감시하는 가운데 난민수용소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지난해 5950만명 피난길 올라
하루 평균 4만 2500명 떠돌이
전문가들도 고개 ‘절레절레’
“종교 없어져야 끝나” 비관론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세계 인구 122명 중 1명은 현재 피난길에 올랐다. 전쟁과 종교분쟁 등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목숨 건 도피 길에 나선 이들이 6000만명에 달한다. 전쟁 중으로 집계되지 못한 숫자까지 더하면 난민 숫자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절반은 어린이들이다.

분쟁의 원인이 대부분 종교임에도 현재 종교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요원하다. 전문가들도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 채 유혈분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난민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피난길 오른 6000만명”

‘세계난민의 날’을 맞아 유엔난민기구(UNHCR)가 지난 18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피난길에 오른 사람은 모두 5950만명으로 기록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또 지난해만도 1390만명의 난민이 새롭게 발생했고, 이 역시 기록적이라고 밝혔다. 하루 평균 4만 2500명이 떠돌이 신세가 됐다. 4년 만에 무려 4배가 증가했다. 반면 귀국한 사람은 12만 6800명으로 31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가장 많은 난민을 배출한 국가는 시리아다. 무려 1148만명이 피난처를 찾아 집을 떠났다. 그 뒤를 아프가니스탄과 소말리아가 이었다. 난민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삶의 터전을 폐허로 만드는 전쟁 즉 ‘인재’였다. 그 전쟁의 배경에는 ‘종교’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끊임없는 분쟁의 배경은 ‘종교’

가장 많은 난민이 발생한 시리아에서는 4년째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내전으로 시작한 분쟁은 이웃 국가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시리아 등 중동 전쟁의 배경에는 이슬람교 양대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 간 갈등이 깔려 있다.

수니파와 시아파는 이슬람 꾸란을 믿는다는 점에서는 믿음의 맥을 함께한다. 하지만 수니파는 코란과 수나(관행)를 기초로 삼으며, 정통 칼리프와 옴미아드 조 뒤의 역대 칼리프를 정통으로 인정한다. 시아파는 유일신 고백, 예배, 헌금, 라마단 중 금식, 성지순례 등 수니파의 5개 기둥 외에 지하드(성전, 종교적 투쟁)와 선행을 추가하고 있다.

특히 이슬람 영토, 신념, 기구를 보호하기 위해 성전에 나설 수 있다고 한 지하드 개념 때문에 시아파가 과격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현재 가장 극단적인 행위를 보이고 있는 ‘이슬람국가(IS)’는 수니파이다. 현재 수니파는 전 세계 16억 이슬람교도 중에서 다수를 차지한다. 시아파 신자는 이슬람교도 전체의 약 10% 정도다. 시아파는 다수 수니파에 차별과 억압을 받아와 불만을 품고 있으며, 수니파는 시아파를 이단시하고 있다.

이처럼 같은 형제이면서도 앙숙이 돼 버린 두 종파 간 갈등이 중동 지역 전쟁의 씨앗이 되고 있는 셈이다.

▲ 지난 14일(현지시간) 터키 동남부 산리우르파 주의 악카칼레에서 시리아로 부터 탈출하는 한 난민이 어린 아들을 철조망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분쟁 속 계속 증가하는 난민

시리아를 둘러싼 주변국은 현재 화약고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는 시아파 정권과 수니파인 반군이 무력 충돌을 벌이고 있다. 기독교인이 대통령인 레바논도 자국 내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와 수니파가 대립하며 유혈사태를 낳고 있다.

난민이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한 아프가니스탄도 전쟁 배경에는 종교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을 반대하는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에 의한 테러가 시발점이 됐다. 지난 2001년 9월 11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알 카에다가 9.11테러를 일으켰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군사 보복을 명령함에 따라 무려 10년이나 이어진 전쟁이 시작됐다. 총 56개국 대부분 비이슬람권인 국가가 동참한 국제적인 전쟁은 2014년 12월 28일 오바마 대통령이 종전을 선언하기까지 지속됐다.

또 최근에는 미얀마의 토착 무슬림 로힝야족이 불교인들에게 차별과 박해를 받으며 난민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미얀마 서부 라카인 주에서는 로힝야족과 주류 주민인 불교도 사이에서 종교, 종족 분쟁이 발생해 200여명이 숨지고 14만여명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수많은 난민이 박해를 피해 이슬람국가로 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신매매가 성행하는 등 각종 인권 문제가 국제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로힝야족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미얀마 태국 등지에 거주지를 두고 있는 소수 민족이다. 많은 숫자가 미얀마에 정착하고 있지만 미얀마 정부는 이들을 밀입국자로 보고 국적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종교 간 갈등으로 인한 분쟁은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해결 어려운 난제 ‘종교 분쟁’

전 세계 난민 발생률이 역대 최고이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전쟁과 종교분쟁에 대한 대안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비관론이 우세하다.

종교가 끼치는 사회·문화적인 영향을 연구하는 철학박사 차모 교수는 “17세기 이후 발생한 모든 전쟁의 원인에는 종교가 자리하고 있다”며 “종교로 인한 전쟁은 종교가 없어지지 않는 한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 같다”고 비관했다. 아울러 “사람이 존재하는 이상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중동문제 전문가인 박모 교수도 “분쟁 중인 중동 지역은 현재 안개 속”이라며 “현재 상황에 대해 말하기가 조심스럽고, 지금으로서는 어떠한 전망도 쉽게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답변을 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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