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본지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웨스트19 카페에서 배우 박보영과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촬영: 이혜림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매번 출연한 영화가 개봉하면 집에서 가까운 영화관을 찾아요. 그래서 관객분들 반응을 살피는 편이에요. 진짜 리얼한 반응은 영화 끝나고 화장실에서 제대로 들을 수 있어요. 조용히 혼자 관객반응을 살피면서 ‘좋았다’는 말 한마디에 ‘예스~’라고 외치며 좋아하고 ‘완전 별로’라는 반응엔 가슴 아파서 ‘흑~’할 때도 있지만(웃음). 근데 매번 느껴요. ‘아~ 관객분들은 다 아시는구나. 어떤 게 진짜인지’라고요.”

지난 2006년 드라마 ‘비밀의 교정’을 시작으로 ‘왕과 나’ ‘정글피쉬’, 영화 ‘울학교 이티’ ‘과속 스캔들’ ‘늑대소년’ 등 약 10년간 꾸준한 작품 활동을 펼치며 어느새 20대 대표 여배우로 자리 잡은 박보영.

가냘픈 몸매 그리고 러블리한 외모와 달리 강단 있으면서도 다양한 연기를 통해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단단한 연기자로 변신하고 있는 박보영이 이번에는 일제강점기 시절 비밀을 안고 있는 경성학교의 소녀로 분했다.

지난 15일 본지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근 카페에서 박보영과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해영 감독이 연출하고 박보영이 주연을 맡은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은 1938년 일제강점기 시절 경성에 위치한 한 기숙요양학교에서 소녀들이 사라지는 미스터리한 내용을 담았다.

박보영은 주인공인 ‘주란’으로 분했는데, 영화에서 주란은 계모 손에 이끌려 경성학교에 전학했지만 아픈 몸으로 주눅 들고 소심한 성격 탓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다가 급장 ‘연덕(박소담 분)’의 도움으로 차차 마음 문을 열고 학교의 규율에 따라 변해가는 모습을 선사한다.

폐병을 앓던 주란은 점점 ‘교장(엄지원 분)’의 보살핌으로 건강의 호전을 보이지만 학교에선 소녀들이 사라지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게 되고, 주란은 사라지기 전 이상증세를 보였던 것과 똑같은 증세를 나타내면서 점점 스토리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이번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에서 박보영은 항상 주눅 들어 있고 소심한 주인공인 주란을 선보였다. 전작들에서 야무지고 강단 있던 캐릭터와는 다른 느낌의 여성스럽고 가냘픈 박보영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가냘프고 힘없던 소녀 주란이 조금 독특한 모양새로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심리적 변화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이때 나타나는 연기적 스펙트럼이 배우로서 표현하기 힘들 법도 하지만 박보영은 모든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완벽하게 소화해 낸다.

▲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박보영 인터뷰. (사진촬영: 이혜림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영화 초반과 후반에 캐릭터의 심경 변화가 극명한 이번 작품에서 박보영은 과연 어떻게 이를 받아들였을까.

“이해영 감독님 디렉션이 디테일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감정을 잡아가는데 내가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얼버무리듯이 넘어간다면 관객에게 전달되는 것도 애매모호한 걸 알기 때문에 ‘감독님 그거 이거예요? 이런 감정이에요?’라며 재차 물어봤던 것 같아요. 소녀의 감수성과 또 일제강점기라는 억압 속에 정체성이 짓밟힌, 복합적인 배경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더 세심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미스터리 장르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일제강점기 시절의 소녀들을 소개하는 것도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이 처음일 것이다.

어둡고 음습한 미스터리가 아닌 아름답고 아련한 미스터리 속 소녀들의 모습을 담은 이번 작품에선 유독 새로운 얼굴들이 많았다. 이에 박보영은 어느새 현장에서 ‘선배님’이 돼 버렸다고.

“이번이 첫 작품인 소녀들도 여럿 있었어요. 다들 눈빛도 초롱초롱하고 의욕도 넘쳐흘러요. 그 속에서 제가 있으니깐 어느새 선배가 된 거예요.(웃음) 저는 아직도 제가 막내 같은데. 소녀들이 저한테 와서 ‘선배님~’이라고 부르면 ‘어우~ 그러지 마세요. 그냥 언니라고 불러줘’라며 화들짝 놀라기도 했죠. 그런데 다들 의욕이 넘치고 서로 도와 주려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현장의 전체적인 흐름이 매우 좋아지더라고요. 여기에 엄지원 선배님이 등장하시면 모든 게 ‘탁탁’ 정리되는 분위기로 끝!(웃음)”

▲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박보영 인터뷰. (사진촬영: 이혜림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은 성장기 소녀들이 나라의 정체성도 찾지 못하고 일제에 억압받으며 겪게 되는 심리적 압박감을 자연스럽게 내포하고 있다. 시절의 아픔과 성장통을 겪고 있는 사춘기 소녀들의 미묘한 심리가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만나 결정적인 순간에 폭발하면서 보여 주는 메시지는 현대가 놓치고 있는 여러 아픈 과거를 들여다보게 하는데.

박보영이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다. 시나리오가 매우 좋았고 또 이해영 감독에 대한 신뢰도 높았다. 하지만 그녀가 개인적으로 우리 역사에 대한, 자세히는 일제강점기 시절에 역사를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었기에 이번 작품은 좀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학창시절에 역사에 관심이 많았어요. 역사 중에서도 일제강점기 때가 관심이 많이 가더라고요. 시나리오 보면서 당시 공부할 때 느낀 먹먹함과 슬픔이 겹쳐 보였어요. 그래서 이번 작품이 더 특별하게 다가왔나 봐요. 주란과 연덕이 위험을 피해서 도망가지만 결국 벗어나지 못하잖아요. 저는 그게 크게 와 닿았어요. 그때 정말 이 소녀들이 안쓰러워서 마음이 아팠죠. 제가 느낀 가슴 아픈 먹먹함, 관객분들도 모두 느끼시고 돌아가시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것 같아요.”

▲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박보영 인터뷰. (사진촬영: 이혜림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한편 박보영 엄지원 박소담 주연의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은 지난 18일 개봉해 절찬 상영 중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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