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북부 다람살라의 추라캉 사원에는 21일(현지시간) 달라이라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티베트 망명인사들과 외국 고위 인사 등 8000여명이 모였다고 체링 왕추크 망명정부 대변인을 인용해 AFP통신이 보도했다.
달라이라마는 “종교 화합과 자비의 확산을 위해 계속 일하겠다”면서 “90번째 생일에도 다시 와서 축하해 주기 바란다”고 방문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그동안 논란이었던 자신의 후계자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1959년 중국의 티베트 탄압을 피해 인도로 망명한 달라이라마는 아직도 중국에서는 ‘티베트 분리주의자’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중국은 달라이라마와 외국 지도자의 접촉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달라이라마의 입국을 허용하는 나라에 대한 외교적 보복도 서슴지 않고 있다. 중국은 티베트의 자치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달라이라마의 후계자를 친중(親中) 인사로 심기 위해 음모를 짜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달라이라마는 지난해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수백 년 된 티베트의 달라이라마 환생 제도(전통)는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 있는 재임자가 있을 때 끝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사후에 새로운 달라이라마가 나올지는 “티베트인에 달렸다. 사람이 만든 달라이라마 제도는 언젠가 폐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매한 달라이라마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며 “이런 슬픈 상황을 생각하면 전통을 끝내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지난 1995년 달라이라마는 한 어린 소년을 티베트 불교 이인자인 ‘판첸 라마’로 지정했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자신들이 선택한 소년을 현 판첸 라마로 옹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