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신종교학회 윤승용(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 사전편찬위원.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신종교학회 윤승용 사전편찬위원

신종교 정보 알고 싶어도
객관·체계적 전문자료 없어
‘한국신종교사전’ 집대성 계획

국내 종교학계서 처음 시도
“아무리 위대한 사상일지라도
지식적 정리돼야 학문되는 것”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종교학계에서 그동안 소외돼 왔던 소수 혹은 신흥 종단을 재조명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표면적으로 한국 종교계를 대표한다는 종교가 있지만, 사실 그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신종교들도 매우 많다. 공개된 정보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기득권을 쥔 입장에서 신종교를 평가한 자료가 많아 일반인이 신종교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기술한 전문자료가 필요했지만 누구 하나 손을 대지 못했던 게 현실이다.

한국신종교학회와 원광대 원불교사상연구소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 방대한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 2013년 준비 과정을 거쳐 2014년 1차로 사전 편찬을 위한 기초 자료 정리 및 범주 분류와 표준화된 표제어 추출 작업, DB를 구축하기 위한 기반을 닦았다. 올해는 2차 사업으로 각 신종교에 대한 원고가 집필되고 있다. 종교학계가 단 한 번도 집대성하지 못한 이 ‘한국신종교사전’이 완성되면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신종교학회 사전편찬위원회가 사전편찬회의 및 자문회의를 거쳐 조정한 항목 비율. ⓒ천지일보(뉴스천지)

지난 2013년 사전 편찬 논의가 시작될 때 한국신종교학회장을 맡아 연구에 뛰어들어 현재는 사전편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승용(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 위원을 만나 사전 편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국신종교에 주목하는 이유는.

근대에 발상한 신종교들은 근대적인 대중·민중의 삶을 읽어낼 수 있고, 현대 신종교들은 또 다른 종교문화의 삶을 읽어낼 수 있는 재료가 되기에 중요하다. 그런데도 체계화되지 않고 표준화되지 않아서 학적으로 축적도 잘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학문은 학적인 방법으로 축적이 돼야 가치를 갖는다. 어느 누가 아무리 위대한 사상을 이야기 한다고 해도 금방 학문으로 인정 되는 게 아니다. 그 사상을 학적인 방법으로 연구·검토해서 지식적으로 정리해야 학문이 되는 것이다.

― 신종교들은 어떠한 특성을 갖고 있나.

근현대 한국 종교문화의 흐름은 먼저 유·불·도 삼교를 주축으로 하는 전통 종교문화의 근현대적인 변모를 담고 있다. 아울러 서구 그리스도교 문화의 유입과 토착화, 한국적 자생종교로서 신종교 문화의 생산과 전개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신종교는 민족성·민중성·문화융합성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근현대 한국의 사상과 문화연구의 체계적 이해에 크게 기여해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 그동안 신종교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왜 이뤄지지 못했다고 보나.

한국 신종교의 이해는 한국의 근현대를 이해함에 있어 문화사적으로나 종교사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신종교에 대한 이해는 역사적 왜곡에 기인하는 배타적 의식이 깊이 뿌리내려 있었다. 이는 결국 한국 종교학의 발전에 큰 장애를 가져왔다. 이제는 신종교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학술 용어를 정리하고 학문적으로 표준화할 때가 됐다고 본다.

― 배타적인 의식이라면.

일테면 1970년대 신종교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한국 신종교들의 입지가 복권됐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측이 있었는데, 바로 기독교 쪽이다. 당시 탁명환 국제종교문제연구소 소장 등이 기독교 계통의 신종교들을 연구하기는 했지만, 이는 ‘정통’과 ‘이단’이라는 시각으로 신종교들을 바라보는 것이었고, 이 때문에 기독교 계통의 신종교들은 사회적으로 인정받기가 어려웠다. 한국사회에는 해방 이후 기독교적인 지배력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반면 원불교도 신종교였지만 불교계가 정통과 이단이 아닌 포용적인 시각으로 대했기에 보다 쉽게 사회적인 종교로 승인이 됐다고 본다.

▲ 한국신종교학회 윤승용 사전편찬위원이 ‘한국신종교사전’ 편찬에 자료로 활용된 서적의 일부를 소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신종교사전에 담기는 자료들은 어떠한 형태로 보급되나.

한국 신종교의 흥망성쇠 주기는 기성 종교에 비해 짧다. 이 때문에 지속적인 조사·연구가 없으면 관련 자료가 유실돼 신종교의 변화양상에 대한 원인 규명이 불가능해진다. 개별적으로 산재한 신종교 자료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수집 및 집성해 사전적 형태로 재구성하고 이를 DB화하는 작업이 매우 절실한 이유다. 전국에 분포하는 신종교 관련 자료를 수집·연구해 사전 형태로 보전함으로써 근현대 종교문화의 변화양상을 파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더 나아가 DB화를 통해 전문가 및 일반인이 쉽게 텍스트·이미지·영상 정보를 습득해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 사전이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종교라는 영역을 넘어 근현대 역사·문화·사회·사상·교육·제도 등 분야에 깊이 관련될 수 있다고 본다. 온라인을 통해 신종교 연구자 및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일반인들과 공유될 것이기 때문이다. 관련 연구 및 교육, 관광 및 콘텐츠산업 등에도 적극적으로 활용 가능하다. 또 한국 신종교와 관련된 근현대 한국사상·사회·교육·문화·문학 등 연구 영역에 대한 융복합연구의 기초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다.

― 현재 사전 편찬 연구는 누가 진행하고 있나.

한국신종교학회와 원광대 원불교사상연구소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행하고 있다. 원광대학교가 이번 사업의 주무기관으로 책임을 다하고 있다. 실질적인 실행은 ‘한국신종교 사전편찬위원회’를 구성해 20명 내외 전문가들이 각각 영역별로 나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신종교들의 특성이 다양해 분류 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신종교들을 특정 종교 계통으로 분류하는 게 맞는가라는 측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왜냐면 각각 종교는 고유성과 최고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통별로 나눠서 훼손시킬 필요가 있느냐’라는 게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또 한국 종교들은 대부분 유불선 삼교를 다 수용하는 입장인데, 어떠한 성격이 좀 강하다고 해서 특정 종교에 분류하는 게 맞는지를 놓고 고심했다. 분류가 전혀 안 되는 금강대도 같은 종교도 있었다. 현재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체계를 잡아가는 중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