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시즌 최하위팀 부산 KT를 올 시즌 공동선두로 이끌고 있는 전창진 감독. ⓒ천지일보(뉴스천지)
지난 시즌 모두 하위권… 팀 체질개선 성패 엇갈리며 순위 정반대

지난 2008/09 시즌 24승 30패를 기록하며 8위에 머물렀던 서울 SK와 12승 42패로 ‘꼴찌’의 오명을 썼던 부산 KT(당시 KTF). 그러나 지난 시즌이 끝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지금 두 ‘통신 라이벌’의 상황은 그야말로 ‘극과 극’이다.

KT는 이미 지난 시즌에 거뒀던 승수보다 훨씬 많이 이기면서 28일 현재 22승 8패로 울산 모비스와 함께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반면 SK는 지난 시즌에 기록했던 패전수에 8개차로 근접하며 8승 22패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SK는 지난 시즌과 같은 성적을 거두려면 남은 24경기에서 16승 8패로 0.667의 승률을 기록해야만 한다.

2009/10 KCC 프로농구에서 KT의 변신은 그야말로 눈부실 정도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사실 KT의 선수 구성은 용병을 제외하고는 지난 시즌과 비교해 별 다를 것이 없다. 팀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막지 못하면서 ‘한물갔다’라는 성급한 평가를 들었던 가드 신기성이 그대로 팀을 이끌고 있고 조동현, 송영진도 그대로 있다.

지난 2006/07 시즌에 알토란과 같은 역할을 했던 조성민과 김도수 등이 상무에서 제대해 팀 전력에 포함된 것이 그나마 보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팀 전력은 그야말로 정반대로 바뀌었다. 지난 시즌 ‘동네북’이었던 모습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무적(無敵)’의 모습으로 변했다. 여기에 나이젤 딕슨을 안양 KT&G에서 데려오면서 골밑까지 강해져 어느 누구도 KT를 우습게 보지 못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주 동부의 ‘터줏대감’이었던 전창진 감독의 지도력을 바탕으로 팀의 체질이 확 바뀐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이 점은 선수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비시즌에 혹독한 체력훈련을 시키기로 유명한 전창진 감독은 KT를 ‘자신의 팀’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시즌을 앞두고 선수들의 입에서 단내가 나게 할 정도로 훈련시켰다. 동부에서 한때 전창진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신기성도 이러한 감독의 성향을 모두 이해하고 ‘한물갔다’는 평가를 뒤집기 위해 훈련에 앞장섰다.

강인한 체력이 갖춰지자 전창진 감독은 동부 시절 김주성을 앞세웠던 이전 스타일을 버리고 속공 위주의 전력을 펼쳤다. 딕슨이 들어오기 전까지 골밑이 취약할 수밖에 없었던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딕슨이 가세하자 속공과 골밑이 모두 강한 팀이 됐다.

이에 비해 SK는 그야말로 갈팡질팡.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유일한 대학생 대표팀 선수로 뛰었던 방성윤을 데려와 강한 전력을 구축했다고 자신했지만 창원 LG에서 공격 농구 붐을 일으켰던 김태환 감독과 대구 오리온스를 강한 팀으로 만들었던 김진 감독 모두 고배를 마셨다.

SK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부상 때문. 종종 허슬 플레이를 보여주는 방성윤은 이로 인해 부상을 당하는 일이 잦았고 올 시즌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기에 골밑 싸움까지 책임져야 하는 김민수까지 코뼈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초반 연승을 달리던 상승세는 온데간데없다.

설상가상으로 김민수는 코뼈 부상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골밑으로 파고들지 못하고 외곽으로 맴돌기만 하니 상대팀과의 골밑 경쟁이 약해졌다. 파워 포워드 역할을 해줘야 할 김민수가 안으로 치고 들어가지 못하다보니 스몰 포워드 방성윤과 위치까지 겹쳐 공격도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

그러나 부상은 겉으로 드러난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몇 시즌째 방성윤을 주축으로 한 팀을 꾸려온 SK는 방성윤이 종종 부상으로 빠지는 바람에 조직력이 완전히 무너졌다. 팀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였던 주희정을 데려오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며 주희정-방성윤-김민수로 이어지는 팀으로 바꿨지만 이마저도 실패로 끝났다.

SK는 ‘신산(神算)’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신선우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임명했지만 정작 신 감독 역시 마수걸이 승리를 따내지 못한 채 2연패를 당했다. 올 시즌을 포기하고 팀을 새롭게 정비해야할 판이다.

그러나 SK가 바닥까지 떨어진 것이 다음 시즌이 오히려 기대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KT 역시 바닥까지 떨어진 아픔을 딛고 다시 처음부터 팀을 재정비했기에 올 시즌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었다. 신선우 감독 역시 이번 시즌은 연패에 빠져 자신감까지 잃은 선수들을 다독거리고 다음 시즌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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