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으로부터 백호(白虎)가 포효하며 달려왔다. 예로부터 우리의 역사와 문화 속에 함께 살아온 사신(四神) 즉, ‘백호·청룡·주작·현무’ 중 서쪽 방위를 지키며 가장 강인하고 용맹스러우며 신령을 상징하는 백호가 60년 만에 다시 서쪽으로부터 숨 가쁘게 달려왔다(西氣東來).

그래서인지 그 어느 해보다 강렬한 태양이 경인년 새 아침에 바다로부터 치솟아 올랐다.

악(惡)의 마지막 기운이 선(善)의 용맹함에 그 기세가 꺾여 더 이상 펼치지 못할 것임을 많은 곳에서 암시하고 있는 올해 즉, 대변혁의 시대가 막이 오른 것이다.

따라서 이 새 아침은 불의한 시대를 청산하고 정의한 시대를 창조하라는 시대적 명령 앞에 서 있음을 깨닫게 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이 시대는 보다 더 강렬한 힘과 지혜와 용기를 요구한다.

우리의 역사를 더듬어 볼 때 신(新)문화를 받아들인 지는 길다 하지 못하겠으나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만년의 유구한 역사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는 물론 종교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조화를 이루어 세계 제일의 일류문화대국으로 우뚝 설 것이다.

이럴 때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각자의 역할이다. 각계각층 각 분야에서 이젠 부정과 부패가 아닌 정직과 신뢰에 바탕을 둔 새로운 신의(信義)의 나라를 만들어 가야 한다.

특히 새 아침에 강조하고 부탁하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 지도자는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처럼 이 시대를 읽을 수 있는 통찰력이 있어야 하며, 각 분야에서 리드해 갈 수 있는 실력을 겸비한 재목이어야 하며, 양심과 도덕성을 겸비한, 모두가 선망할 수 있는 인물을 발굴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는 정책으로 말해야 하며, 그 정책은 정략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 내지는 인류공영을 위한 정책이어야 함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것이다.

둘째, 종교 내지 종교 지도자의 역할 또한 정치 지도자보다 더 중하다 할 것이다. 타락한 인류세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저 미물보다 못해 한 치 앞을 못 보는 아둔한 존재임과 더불어 그것은 인간의 욕심의 결과임을 자각할 수 있도록 깨우쳐야 한다. 또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우리 인간의 내면적 세계를 이끌어가야 하는 정신적 지도층이기 때문이다.

셋째, 언론이다. ‘언론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종교언론이 살아야 종교가 산다’라는 슬로건이 절실한 새 아침이다. 사회든 종교든 그 지도층의 지도력은 바로 언론의 역할과 사명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도(中道) 즉, 편파 편견이 아닌 정의와 진실의 편에 서야 하고, 국가와 인류세계의 공통된 이익을 위해 선도하고 계몽하고 노력하는 언론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인년은 대변혁의 시대라고 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각 분야가 제자리를 잡기 위해 소용돌이 칠 것이다.

지구촌 또한 기후의 변화로 인한 지구의 온난화, 해수면의 상승, 예고 없는 지각변동, 에너지의 고갈, 기아와 식량난, 신종세균의 위협 등으로부터 지구를 지켜야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는 지구를 내려다보며 “내가 저 아름다운 지구에 살 자격이 있을까!”라고 고백할 정도로 이 지구는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답다. 바로 이 지구촌이 도래할 신천신지(新天新地)다. 그래서일까. 태초의 상태로 회복되기 위해 거침없는 몸부림이 일어날 기세다.

이럴 때,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즉, 내면적 정신적 중심을 회복하기를 게을리 해선 안 된다.

‘발악(發惡)’, 악의 기운이 마지막 때를 알고 몸부림치는 것을 말한다. 올해의 기운이 선(善)에게 아무리 우호적이라 할지라도 지금까지 잡고 있던 악의 기운이 그리 쉽게 자기 자리를 내놓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국민은 지도자를 중심으로 더욱 더 하나로 뭉쳐야 하고, 종교는 종교 이념에 맞게 각기 자기의 경서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종교(宗敎)는 ‘으뜸가는 가르침’이며 그 가르침으로 사회와 세상을 교화해 나가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타락으로 세상과 하나 된 지금까지의 가치관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종교는 물론 온 세상은 끝을 맞을 것이다. 바로 그 사명을 위해 어쩌면 백호는 그 먼 길을 숨 가쁘게 달려왔을지 모른다.

2010년 경인년(庚寅年), 참으로 훌륭한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다. 나쁘고 부정적인 것을 앞세우기보다 좋고 긍정적인 것을 앞세운다면 밝은 미래는 의심할 바 아닐 것이다. 2009년의 마지막을 며칠 앞둔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와 맺은 원전 수출체결은 원자력기술의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서의 위상과 함께 G20세계정상회의의 개최국으로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서는 데 한층 힘을 싣게 되는 역사적 순간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와 연예부분의 한류 열풍 또한 점점 더해 가고 있다. 어찌 그 뿐이겠는가. 인도네시아의 한 부족인 ‘찌아찌아족’의 한글 사용은 문맹국 즉, 말은 있으되 글이 없어 자기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고 이어갈 수 없었던 많은 민족에게 새로운 언어의 지평을 열어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글, 모든 문화를 하나로 엮어 갈 위대한 글이 우리에게 있어 한국은 제2의 르네상스의 발상지가 되며 또 주도해 나갈 것임은 분명하다.

반도국가(半島國家)라는 지형적 조건이 과거엔 침탈의 대상이었으나 이젠 반전의 드라마가 거침없이 펼쳐질 경인년, 반도는 태평양을 건너고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해 세계로 세계로 나아갈 것이며 세계는 코리아로 몰려들 것이다. 그리하여 ‘그 등불 다시 켜지는 날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는 타고르의 예언이 틀림없이 이루어지는 이 한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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