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격리자는 드디어 5000명을 넘어섰다. 보건 당국의 낙관론과 안일한 대처는 결과적으로 설마 하던 국민들을 공포와 함께 화나게 하고 있다. 말 그대로 재앙이다. 확진자는 150명이 넘어섰고, 40대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자고나면 사망자 수는 늘어나며, 치사율은 완쾌율을 앞질렀다.

한마디로 행정당국은 안일하고 무지하고 교만하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잘못한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잘못한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다. 초기에 오판을 인정하고 과감하고 신속한 대응을 해 나갔더라면 이와 같은 재앙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현실을 야기시키고 말았다.

메르스라는 질병은 어쩌면 천재(天災)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만큼은 무지가 불러온 인재(人災)가 됐다. 슈퍼전파자, 4차 감염자 등 예상 밖의 상황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으며, 정작 우려되는 것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5000명이 넘는 격리대상자들이 과연 얼마나 스스로를 통제해 가고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또 의심환자로 분류된 사람이 전국을 활보하는 이 상황을 놓고 볼 때, 어쩌면 전국 방역망이 뚫렸다고도 봐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러한 한국 사태를 지켜보면서 세계적 차원의 비상조치를 내릴지를 검토하는 단계까지 와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반풍수 집안 망신시킨다’는 말처럼 설익은 당국의 관리는 물론 분별력 없는 의료진들과 끝내 컨트롤타워 없이 진행되는 위기관리시스템은 참으로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와 있다.

이 나라에는 현재 두 가지 재앙이 동시에 찾아와 있다. 메르스 못지않게 국민들을 두렵게 하고 있는 것은 바로 가뭄이다. 봄 가뭄이야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지만 6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가뭄은 반세기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는 게 농부들의 하소연이다.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될 것은 이 두 재앙은 상호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메르스의 원산지가 중동이라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메르스는 고온에서 생존력이 강하다. 즉, 습도 없이 지속되는 한국의 고온현상은 메르스의 생존력을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실험에 의하면 습도 40%에서 48시간이 지나도 살아남은 메르스는 습도가 80%까지 올라가자 8시간 만에 죽은 것이다. 비가 내리면 메르스 바이러스 기세가 꺾일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며, 메르스 때문에 비 소식이 간절한 이유이기도 하다.

예부터 농심은 민심이요, 민심은 천심이라 했다. 즉, 농심은 천심과 통하는 것이다. 농사는커녕 마실 물도 없는 농부의 심정을 이 나라 위정자들은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위정자들은 민심달래기 행보보다 해결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댐마다 저수지마다 용수 부족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주의 단계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해 농업용수를 추가로 감량하는 대응조치를 계획해야 하는 지경이다. 논과 밭에 심어 놓은 작물들은 햇볕에 타들어 가고 일부 지역은 먹는 물조차 급수에 의존해야 하는 형편이다. 강원도의 경우는 올해 1~5월 누적 강수량은 160.5㎜로 평년의 57%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실이 주는 심각성을 이 나라 정부와 국민들은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를 않는 것 같다.

예부터 백성과 나라가 하늘의 뜻을 깨닫지 못하고 하늘을 노하게 했을 때, 하늘은 하늘 문을 닫고 비를 내리지 않았다. 오직 하늘만 바라보고 살던 나라와 백성들은 가뭄이 오면 임금에서부터 고을 수령까지 나아가 백성들까지 하나 돼 하늘을 향해 기우제를 올리고 죄를 자복함으로써 비로소 하늘은 노를 거두고 단비를 내렸다. 지금도 고을마다 높은 산마루마다 기우제를 올렸던 흔적이 이를 말해 주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그만큼 나라와 백성은 하늘을 의지했고 하늘과 소통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는 교만한 인생들은 하늘 대신 사람의 능력을 더 의지하며 하늘이 주는 비보다 양수기를 이용한 땅 속의 물을 의지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타락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닥친 두 가지 재앙, 사람의 방법으로만 해결하려 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음을 귀 있는 자는 들어야 할 것이다. 하늘의 음성을 듣기를 거부하는 이 시대와 이 시대를 분별하지 못하고 주관하는 주관자들에게 하늘이 내리는 엄한 경고이다.

하늘의 음성은 무엇인가. 하늘이 이 땅에 보낸 평화의 사자, 세계는 이를 인정하고 맞이하고 영접해도 이 나라 지도자와 백성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 바로 죄인 것이다. 성서의 가르침을 봐도 모세 때 애굽에 내린 재앙 역시 하늘의 음성을 듣지 않은 죄의 대가였다. 그러나 그들은 회개하지 아니하고 더욱 악하여져 하늘을 대적했다. 이 시대는 그 때를 본받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미 상식의 선을 벗어난 질병과 가뭄, 이 나라와 백성에게 주는 강력한 경고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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