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가 고요에게
김초혜(1943~ )
사위가 텅 비었으나
그 속에 가득 찬 것 있으니
무엇이 부럽다 하겠소
큰 것 중에 가장 크고
작은 것 중에 가장 작은
평생을 구해도 못 구할
이 탐스런 꽃

[시평]
‘고요’는 어느 의미에서 인생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마련해 준다. 사람과 사람들이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다 보면, 자신을 뒤돌아볼 그럴 기회가 좀처럼 없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과 사람들을 떠나 고요함 속에 홀로 남겨지게 되면, 지금까지 자신의 밖으로 뻗어 있던 생각이 자신의 내부를 향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위가 텅 비었으나, 그 빈속에 가득 차 있는 무엇. 그 무엇을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고요함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 어쩌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때로는 사람을 속이고, 심지어는 자신마저 속이는 자신의 모습을 떠나, 진정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 고요의 시간.

그래서 이러한 고요와 맞닿으므로 맞이하는 자신의 모습. 그러므로 이 ‘고요’는 자신의 삶 속에서 만날 수 있는 큰 것 중에서 가장 크고, 작은 것 중에서 가장 작은, 평생을 구해도 못 구할 탐스러운, 그러한 탐스러운 꽃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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