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나라사랑&자녀사랑운동연대 주최로 열린 바른 성문화를 위한 한국교회 대연합기도회 및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동성애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 9일 오후 서울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5 퀴어문화축제에서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들이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보수-진보 입장차 ‘팽팽’
“퀴어축제, 왜곡된 성 강요해 대중에 ‘문화폭력’ 가하는 것”
“혐오세력, 근거 없는 유언비어… 표현의 자유 아닌 차별·폭력”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퀴어문화축제를 둘러싼 갈등이 심상치 않다.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행사를 강행하고 있고, 보수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맞불 공세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9일 개막식이 열린 서울시청 앞 광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앞으로 13일 메인파티, 18~21일 퀴어영화제, 28일 퍼레이드를 남겨두고 있어 보수 진영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 보수 개신교계의 ‘막장’ 비판

퀴어 축제는 행사 이전부터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동안 한국교회 보수진영은 교계 언론 및 시민단체를 통해 꾸준히 서울시에 퀴어문화축제 취소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축제는 메르스 확산 우려로 축소됐을 뿐 예정대로 진행됐다.

행사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접한 주예수재단(임요한 목사) 등 일부 보수 개신교 단체들은 개막식 당일인 9일 행사장인 서울 시청 앞 광장을 먼저 점령했고, 행사가 열리자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거의 이성을 잃은 모습이었다. ‘더러운 세상에 살기 싫으니 세상을 멸망시켜 달라고 차라리 기도하겠다’는 위협적인 문구를 붉은 페인트로 적은 피켓을 드는가 하면, 입에 담지도 못할 비속어와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퀴어축제 반대 측, 비속어·비하발언 난무

개신교 단체들은 시청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앞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 샬롬선교회, 나라·자녀사랑운동연대·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사도들의 한국교회 등 단체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찬송가를 부르고 한복을 입고 태극기를 흔드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행사장에 나서지 않았던 보수 개신교계도 성명을 발표하며 행사와 관련해 유감을 표했다. 이튿날 한국교회언론회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해 한국 사회 전체가 불안해하고, 한국교회동성애 대책위원회(한기총, 한교연, 한장총, 미래목회포럼, 교회언론회 등으로 구성)가 수만 명이 모이는 ‘국민대회’를 취소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국에서의 동성애 축제는 6월 2일 모 인터넷 포털상에서 4만명 이상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서울광장 동성애 축제에 대한 온라인 투표에서도 ‘사회 통념에 부적합하고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96%가 반대한 것에서도 국민들의 일반적 정서를 짐작케 한다”고 명분을 제시했다.

언론회는 “동성애 퀴어축제는 불필요하게 국민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자기들만의 왜곡된 성을 강요하는 것으로 한국 사회에서 사라져야 한다”며 “국민들이 원하지도 않는 일을 벌여 놓고 선량한 시민들에게 자신들을 ‘혐오’하거나 ‘차별’한다고 주장하는데, 자신들이 먼저 국민들에게 ‘문화적 폭력’을 가하고 왜 우리를 비난하느냐는 것은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맹비난했다.

◆“하나님 알려면 차별 아닌 사랑해야”

보수 개신교계는 반발하지만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먼저 생각하는 종교인들도 있다. 이날 성공회와 원불교, 조계종에서 인사들이 참석해 퀴어문화축제를 지지하는 선언을 했다.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는 “우리들은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더욱 강해질 수 있으며 사랑의 목소리를 계속 낼 것”이라며 “하루 종일 더위에도 예수와 보혈, 마귀를 외치신 분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며 하나님을 알려면 차별과 혐오가 아닌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가슴깊이 깨달았으면 한다”고 맞섰다.

서울시 인권위원회 문경란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성소수자들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갖는다”며 “혐오세력은 온갖 선정적이고 근거 없는 유언비어로 성소수자들이 우리 이웃이라는 사실을 왜곡하려 하지만 그들의 발언은 단연코 표현의 자유가 아니며 차별을 정당화하는 폭력이자 범죄”라고 비판했다. 외국 대사들과 한국여성민우회 측도 성소수자들의 인권과 퀴어문화축제를 지지했다.

개막식 현장에는 200여명의 지지자들이 참석했으며 유튜브로 이뤄진 생중계는 1000여명이 시청했다.

한편 퀴어(Queer)는 ‘이상한’ ‘색다른’ 등을 나타내는 단어로 영어권에서는 위조술과 남성 동성애를 의미했다. 19~20세기에 성소수자인 동성애자에 대한 개념으로 사용하기 시작해 현재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를 포괄하는 뜻으로 통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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