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동국대 제18대 총장에 취임한 보광스님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행사장에서는 가야금 소리가 흥겹게 흘러나왔다. 같은 시각 건물 앞에서는 학생들이 ‘인정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표절 총장’과 ‘문화재절도 이사장’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은 이렇게 취임식 당일에도 조계종의 부당한 개입을 중단하라며 목이 쉬도록 항의를 표했다.

11일 동국대학교 본관에서 총장 보광스님 및 이사장 일면스님의 취임식이 진행됐다. 보광스님은 18대 총장으로 취임하는 이 자리에서 “동국대가 가장 경쟁력 있고 대학다운 모습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구성원들의 인격을 존중하고 화합하며 의견을 통합하는 도덕적인 총장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보광스님은 이달 3일, 취임 한 달을 맞아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에 “바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적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학생회장은 보광스님의 퇴진을 요구하며 높은 고공탑에 올라가고, 동문 중 한 명은 그 아래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광스님은 오는 8월 ‘비전 2020’을 선포하겠다고도 밝혔다. 향후 4년간 대학운영 방침에 대해서는 ▲불교전문대학원 설립 ▲학내 인권센터 신설 ▲일산병원 수준 제고 ▲수업환경 및 복지 개선 등을 언급했다.

▲ 11일 취임식에 참석한 동국대 이사장 일면스님 ⓒ천지일보(뉴스천지)

흥국사 탱화 절도 의혹을 받고 있는 일면스님은 이날 취임하며 “조계종단의 성원을 거스를 수 없고, 더 나아가 이것이 부처님의 뜻이라 생각해 이사장의 중책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합리적 시스템 운영을 지향하겠다”며 “신상필벌의 원칙을 확고히 적용해 엄한 기강을 확립할 것”이라고 운영 방침을 밝혔다.

또 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온 우주 만물의 기운이 필요하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가장 낮은 자세로 봉사하고 이사장의 소임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덧붙였다.

▲ 11일 서울 동국대 본관에서 총장 보광스님과 이사장 일면스님의 취임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건물 앞에서 학생들이 퇴임을 요구하고 있다. 학생 뒤로 이날 취임식을 축하하기 위해 배달된 공양미 화환들이 늘어서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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