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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환자 발생 병원 소독했지만 바이러스 조각 여전
전문가 “격리환자 있던 병동 모두 철저히 멸균해야”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수천 명의 격리자가 발생한 가운데 정부가 뒤늦은 총력대응을 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전 국민은 날마다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확진환자 41명 가운데 30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평택 성모병원에서 아직도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어 감염자가 입원했던 병원 병실 소독에 ‘구멍’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평택 성모병원을 폐쇄하고 열흘이 지났고 일정 소독을 했음에도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5일 열린 브리핑에서 보건당국과 민간 전문가가 현장을 찾아 환경검체 조사 등을 벌인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이날 평택성모병원에서 메르스 바이러스의 조각(RNA)이 발견된 곳은 최초 감염자의 환자복과 리넨, 문고리, 에어컨 필터, 복도에 있는 손잡이, 가드레일, 화장실 등이다. 또 병원 내 환자 손잡이 등 다른 환경검체에서도 RNA가 발견됐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메르스는 비말(飛沫)로 전파된다. 따라서 환자의 이동 경로에 따라 RNA가 퍼진 것이다. 또 병실 내에 있는 에어컨이 오염된 물방울과 먼지를 빨아들인 후 다시 찬 공기를 배출하면서 바이러스를 가스(에어로졸) 상태로 공기 중에 내뿜은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RNA가 다른 병실과 층까지 이동한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당국은 감염자 발생 이후 병실을 소독하고 폐쇄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RNA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살균·소독 분야 전문가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바이러스를 줄이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그넥스 신영수(인천서울정형외과 원장) 이사장은 “한 사람이 기침을 한 번하면 입이나 코를 통해 3000여개의 비말이 시속 50마일(80㎞)속도로 공중에 분사 되며 재채기는 100마일(160㎞)로 4 만개의 비말을 뿜어낸다”며 “전국이 들썩이는데 정부가 가장 중요한 것을 빠트리고 있다. 격리 환자와 관련한 모든 감염 가능성이 있는 병동을 철저한 살균 소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병원이 온상이다. 감염자가 발생하면 그 사람 격리시키고 멸균 소독하면 전파 안 된다”며 “해당 병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복도에 있는 난간 등 그 병원 전체에 감염 가능성을 두고 소독해서 균이 자랄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병원은 어떻게 소독이 진행됐을까. 5명의 감염자가 확인된 건양대병원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지침에 따라 해당 병실을 폐쇄했고 소독했다. 정확한 소독제 종류까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에탄올이 나 알코올로 소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평소에도 부분별로 소독하고 있다. 소독제 사용기한까지 지켜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폐기하는 등 규정을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막무가내로 밝히지 않는 병원도 있었다. 1명의 감염자가 발견된 아산 서울병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실제로 기자인지, 일반시민인지 내가 어떻게 아느냐. 일반시민한테 내가 일일이 답할 필요가 있느냐. 실제 기자여도 나는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2차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된 가운데 9일 삼성병원 로비가 텅 비어 있다. (사진촬영: 김미라) ⓒ천지일보(뉴스천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7일 발표한 2015 메르스(MERS) 대응 지침에 따르면 병실 소독은 격리환자의 병실과 병실에 있는 기구는 감염성 병원체와 환경 오염도에 따라 특별히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 소독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 하고는 소독 방법, 소독 정도, 소독의 빈도와 용액은 병원 규정에 따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소독제로 충분히 메르스 바이러스 소독이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정확한 살균제를 제시하진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신 이사장은 “대중적으로 많은 쓰는 소독제가 에탄올이나 알코올, 락스 등이다. 에탄올이나 알코올은 뿌리는 순간은 소독이 되지만 즉시 증발해서 감염자를 따라 다니면서 뿌려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게 락스다. 락스는 살균·소독에 효과가 있으나 모든 바이러스를 죽이진 못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의료인들의 부족한 방역 지식에 대해 지적했다. 신 이사장은 “나도 의사인데 학교에서도 방역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 실무자들도 잘 모르는 게 현실”이라며 “돈 때문에 저렴하고 효과 없는 제품을 쓸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무기를 써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선순위라는 게 있다. 선진국에서는 살균 소독하는 것은 감염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 쓴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문제가 생겼을 때 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를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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