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위원 시인

 
박 선생! 지난 목요일에 다렌을 거쳐 선양(沈阳)에 왔습니다. 그동안 중국여행은 몇 차례 다녀보았지만 동북지방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중국을 여행할 때마다 문득문득 느껴지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물론 여행 다니는 곳이 공항이 있거나 고도시 또는 볼거리가 풍성한 이름난 관광지 등 중국정부가 중점적으로 발전을 시도하고 있는 지역이라서 그런가봅니다. 그렇다고 해도 땅이 넓고 인구 또한 많다보니 현지에서 부딪혀가며 체감되는 것은 대국으로서 중국의 면모이니 돌아다녀 볼수록 새삼 놀랄 뿐입니다.

과거 외국여행 기회를 가질 때마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를 선호했고, 심지어 아프리카 모로코의 관광도시 마르캐시까지 짬을 내어 다녀오면서도 가까이 있는 중국은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보도를 통해 자주 보아왔던 낙후된 중국지역의 여건 등이 결정적으로 편견을 주었기 때문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생긴 일이라 하겠습니다. 그 탓인지 많은 지인들이 중국 장가계나 계림 관광을 다녀와서 이야기할 때에도 국내의 유명관광지보다 나을 게 뭐 있겠느냐며 마음에 대수롭지 않게 새길 때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서 내게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또 박 선생에게 이야기했지만 집사람이 뒤늦게 중국어를 공부한 뒤로 어학실습 삼아 중국에 가보자는 청을 못이겨 중국여행에 따라 나섰던 게지요. 그 때가 2007년이었으니 베이징에 다녀온 뒤에 중국 역사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 또 두 달 후에 운난성 쿤밍(昆明)으로 갔는데, 초여름 더위 속에서 펼쳐지는 이국의 풍경들은 편안하게 다가왔고, 특히 석림(石林)에서 암릉의 기묘한 모습들을 보면서 저 바윗돌 한 개라도 국내에, 이왕이면 나의 고향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답니다.

그렇게 시작한 중국여행이 이제는 여행사관광을 따라가지 않고 가족과 자유여행을 떠날 만큼 발전됐으니 좋은 일이지요. 제가 글 쓰며 살아가는 도중에 혹 머리라도 식힐 겸 ‘한번 가볼까’ 하는 여심(旅心)이 발동되면 어김없이 결행하곤 했지요. 지난봄에는 친척 등 7명과 함께 9일 간 구이린(桂林)과 상하이 여행을 다녀왔는데, 함께 갔던 사람들이 한 사람당 실비 100만원으로 정말 좋은 구경 많이 했다고 고마움을 표시할 때에는 물론 제가 주관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느껴지는 뿌듯함이 있었지요. 그것이 저가(低價) 자유여행의 이점이기도 하지요.

박 선생! 요동반도의 남단도시, 다렌에 도착해 관광지 여러 곳을 다녔지만 테마파크인 성아해양세계와 성해광장 소개를 빠트릴 수 없겠네요. 아시아에서 제일 긴 바다 밑 투명통로를 걸으면서 진귀한 세계 어종을 본 것이나, 또 아시아에서 가장 넓은 성해광장도 풍광이 멋있었지요. 박 선생도 언제 기회가 되면 여기에서 한번 구경해 보세요. 그리고 번시(本溪)의 자랑은 수동동굴이랍니다. 동굴 속 지하강 2.8㎞ 구간을 배 타고 가면서 펼쳐지는 그 웅장함에 마음이 조여들었고, 구곡은하(九曲銀河)라는 이름 그대로 마치 은하수를 건너는 기분을 느꼈지요. 또한 나무화석 609그루가 있는 삼림공원인 규화목왕국(硅化木王國)은 꽤 볼 만한 풍경이랍니다.

이제 선양 소개를 해야겠네요. 선양시(市)는 서울의 21배 크기로 825만명의 인구가 모여 사는 랴오닝성의 수도이지요. 춘추전국시대 연(燕)나라 때도 이곳은 요충지여서 역사성이 있었고, 청나라가 베이징으로 수도를 옮겨가기 전까지 29년간 수도였으니 고궁, 북릉공원, 장씨사부 등 볼거리가 풍성하답니다. 고궁은 자금성보다 규모는 작지만 청나라 초대황제인 누르하치, 2대황제 태종이 건립헀으니 역사적인 현장이고, 북릉공원은 태종과 그 황후가 잠들어 있는 소릉이 있어 중국인들의 발걸음이 잦은 곳이랍니다.

선양은 매우 발전된 도시랍니다. 지난 2003년부터 중국정부가 추진한 동북노후공업기지 진흥전략에 힘입어 중국 4대 경제성장축으로 급성장한 지역으로서 동북 3성의 최고 중심지로 자리 잡았지요. 그래서 이곳에서는 한국 상인이나 기업들의 활동이 활발하다고 하는데, 시내 중심가에 롯데백화점이 보란 듯이 버티고 서있지요. 롯데그룹에서 2017년까지 ‘중국판 롯데타운’ 완성계획이니 앞으로 이 타운이 완성되면 선양의 또 다른 명물로 자리 잡을 수 있겠지요.

박 선생! 이곳에서는 “동북을 취한 자, 천하를 얻는다”는 말이 있답니다. 그 유래는 장제스(蔣介石)가 이끄는 국민당이 선양전투에서 공산당에 패퇴해 선양을 잃는 순간, 중국대륙에서 물러나는 결과로 이어진 데서 비롯됐답니다. 그만큼 선양의 입지가 중요하다는 뜻인데, 곧 다가올 환황해(環黃海)경제권시대에 한국과 중국, 북한과의 협력발전이 기대를 모으지요. 다음 주말에 다렌으로 가서 귀국할까 합니다만 낯선 지역을 여행하다보면 여러 가지 불편함도 따르지만 설렘과 기대가 되는 자유여행이기에 더욱 좋은 것 같습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강녕하십시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