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총장 사퇴” 촉구, 11일 취임식 당일도 항의 계획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저 높은 조명탑에 올라가 있던 동국대 학생회장이 내려왔다. 올라간 지 45일 만이다. 그 아래서 같은 목적으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던 동문 김영국씨도 단식을 중단했다. 시작 15일 만이다. 그렇다고 조계종의 총장 선출 개입에 반대하는 뜻을 접은 것은 아니다.

지난 4일 동국대 학생들은 교내 불상 앞에서 ‘모두의 바람, 이제는 올바를 때’를 주제로 성토대회를 개최했다. 학생, 불교계, 노동계, 시민단체 등 500여명이 모였다.

조명탑에서 내려온 대학원 총학생회 최장훈 회장은 후배들을 비롯해 성원을 보내준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최 회장은 “조명탑에 올라간 것은 학생대표로서 학우들이 표절총장에게 학위를 받게 내버려 두는 것이 부끄러울 것 같아서였다”며 “조명탑 시위 45일 동안 학교는 표절총장 선임을 강행하는 등 아픈 기억만을 남겼다”고 말했다. 또 “보직교수와 교직원을 한 명씩 만나 ‘원칙을 지켜 달라’는 호소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보광스님, 일면스님이 각각 총장과 이사장의 지위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는 “표절 총장과 문화재절도 이사장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오늘 내려온 것은 투쟁의 끝이 아니라 다시 싸우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식을 중단한 김영국 동문 역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마지막 경고”라며 일면·보광 스님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사퇴하지 않으면 문화재 절도 외에 또 다른 범죄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끝을 기약할 수 없는 싸움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한만수 동국대 교수협의회장은 “지난 6개월간 표절총장과 싸우면서 부끄러웠다. 저런 총장 밑에서 어떻게 교수라고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교수는 표절했는데 총장이 되고 학생은 표절하면 징계를 받아야 한다. 동국대 교수들이 그래서 나섰다. 방학이 돼도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광백 총학생회장은 “소수만 느꼈던 분노가 모두의 분노가 됐다. 모두의 바람이다. 이제는 올바를 때이다. 보광 스님은 이를 제대로 보고 물러나시라”고 했다. 김건중 총학생회 부회장은 결의문에서 “종단 외압 사과, 범계 이사 사퇴, 표절 총장 사퇴 등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 우희종 교수도 학생들의 움직임을 지지했다. “문화재를 훔친 이사장이나 표절총장이 부끄러워 부처님도 고개를 들지 못하신다”며 “총장답지 못한 사람에 맞서 수업도 거부하고 시험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1일은 총장 보광스님과 이사장인 일면스님의 취임식이 열린다. 학생들은 이날도 항의의 뜻을 보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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