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위원 시인

 
글을 쓰면서 자주 생각하는 것은 언론의 전파력(傳播力)으로 인해 행여 독자들이 갖는 사실에 관한 왜곡성이다. 하여 필자는 지면상에 올려진 글들의 의도적 왜곡성에 관해 고민할 때가 많은데, 나만의 기우(杞憂)였으면 좋겠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뉴스 보급원으로서 신문·방송 등 언론의 기능과 위상은 사람들의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도구로 일상화됐지만 뉴스 원(源)을 이루는 내용들에 대한 진실성이 여전히 관건이 된다. 그중에서도 정부가 국민혈세로 대국민홍보한 내용들이 국민으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은 장려할 일이 아니다.

언론의 생명력은 사실 보도다. 독자들의 사회적 관심사항에 대해 사실과 진실에 입각해 객관적으로 그 내용을 알리거나 주장·주의를 피력하는 것은 언론의 참 기능이고 언론인들이 지녀야 할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그럼에도 힘 있는 누군가에 의해 필요한 부분만 의도적으로 짜깁기되어 언론을 통해 일방 홍보된다면 사실관계와 관계없이 독자들에게는 그 내용만 부각되는 것이니 설령 왜곡이 아니라하더라도 정확한 내용 파악에는 걸림돌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그런 생각에서 먼저 떠오르는 것이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한 정부 홍보다. 매년 정부예산으로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을 지원해야 하니 어쨌든 공무원연금제도에 대해 근본 대책 마련은 필요했던 것인데, 여야가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동안에도 정부는 10억원 규모의 예산으로 집중홍보를 했던 것이다. 정부가 시급성을 강조하기 위해 국민혈세를 들였지만 여야는 4월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5월국회에서 통과돼 다행이긴 하지만 이는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홍보한 것과는 무관하다.

아무리 정부돈이라 해도 10억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또한 홍보과정에서 인사혁신처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의 일방적이고 일부 과장된 주장을 담은 홍보로 인해 사실이 일부 왜곡되고, 또 특정 방송에 광고를 몰아준 것도 문제가 됐다. 문광부는 종편인 TV조선, MBN, 채널A에 2억 4000만원을 지급했고, 보도채널인 YTN과 연합뉴스(연합뉴스TV) 광고비조로 양 측에 1억 2000만원을 지급했던 것인데, 그러면서 JTBC에는 한 건도 주지 않는 등 편파성을 보였다.

이 같은 홍보에 힘입어 공무원연금 개혁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국민이 정부 입장을 옹호하는 편으로 돌아섰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를 알게 됐고, 또 매년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는 점도 알게 됐다. 이로 인해 정부가 추진해 온 공무원연금 개혁의 당위성에 국민이 손뼉쳐주고 맞장구쳐주는 등 든든한 원군이 된 바, 그런 입장에서 볼 때에 10억원 혈세는 낭비가 아니라 정부입장에서 보면 맞춤형 홍보비였던 것이다.

그 와중에서 공무원연금은 천덕꾸러기가 됐고, 공무원 집단은 개혁의 대상이 돼 국민과의 괴리가 생겨났다. 사용주 정부나 연금을 대주고 있는 국민으로부터 뭇매를 받고 있으니 공직자는 이제 변신되지 않고서는 배겨낼 재주가 없게 됐다. 애당초 공무원연금제도는 공무원의 퇴직 또는 사망과 공무(公務)로 인한 부상·질병·장애에 대해 적절한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공무원 및 그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 향상에 이바지함이 목적이 아니었던가. 현재의 공무원 상황이 공무원연금법이 시행된 1960년과 다르다하더라도 제도의 목적은 여전히 같을 것이다.

혹자들은 ‘국민연금 87만원, 공무원연금 227만원’을 들먹인다. 두 연금의 수급자 평균 수령액을 제시하며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이 금액은 조건과 기준이 맞지 않아 비교대상으로서 부적격하다. 즉, 국민연금은 본인 기여율이 3.5%에, 20년 이상자 가입자의 평균금액인 반면, 공무원연금은 본인기여금 7.5%에 20년 내지 33년간 재직한 자의 평균 수급액이다. 이와 같이 부담비율이 다르고 납입연수를 고려하지 않고서 현재 지급되는 수령액을 전체 수혜인원으로 나눈 평균값으로 따진 금액 간 형평성 시비는 사실관계를 호도할 뿐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사회적합의를 이뤄냈다는 여야의 평가 속에서도 개혁 효과가 장기간 걸리고 6년 후에는 원점으로 돌아가니 반쪽 성공이다. 형평성 문제와 특혜 시비가 아직도 여전한데, 공무원연금은 직업공무원제를 감안해 많이 내고 많이 타는 방식이었고, 국민연금은 저소득층에 우대하는 등 소득재분배의 개념으로 도입된 게 차별성이다. 현재의 공무원연금 수급자 대부분이 70∼80년대 또는 그 이전에 연금을 바라보며 박봉을 견뎌온 퇴직자로서 연금은 거치된 보수로서 그들의 당연한 권리인 것이다. 그런 사정에서 정부가 일반국민이 오해하기 딱 좋도록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를 끄집어내는 등 일부 과장된 주장을 담아 10억원의 국민혈세를 허비하면서까지 언론에 일방 홍보한 것이 잘한 일로 치부돼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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