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군 조호군한의원 원장

 
미국의 신경과 의사인 펄머터 박사(Dr. David Perlmutter)는 최근에 장내 세균총을 건강히 함으로써 뇌질환의 예방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책을 저술했다(Brain Maker: The Power of Gut Microbes to Heal and Protect Your Brain–for Life). 그의 지론에 따르면 장의 세균총을 건강하게 하면 여러 가지 만성 뇌질환의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예컨대 우울증, 자폐증, 조울증 등의 정신질환뿐 아니라 치매, 파킨슨씨병, 다발성경화증 등의 만성 뇌질환까지 해당한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장내에 기생하는 수백조에 달하는 미생물들이 인체에 유익한 여러 가지 물질들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들 미생물은 뇌신경에 유익한 각종 비타민을 생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도파민, 세로토닌 등의 신경전달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 이처럼 뇌신경에 유익한 물질을 생산하는 장내세균총이 깨지거나 불균형이 발생한다면, 이들 유익한 물질의 생상에 장애가 나타나면서 뇌신경기능이 약해지게 된다.

또한 장내세균총이 건강해지면 장점막이 튼튼해지게 되는데 이러한 측면도 뇌신경기능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 이유는 장점막이 약해지면 장벽을 통해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점막이 약해져서 체내에 나쁜 물질이 유입되는 상황을 새는장증후군(Leaky Gut Syndrome)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유입된 일부 독성물질은 혈류를 타고 뇌신경에 유입되기도 하고, 이 경우 뇌신경에 손상을 주면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른바 각종 난치성 뇌질환의 근저에는 이 같은 병리적 현상이 도사리고 있다는 이론이 그의 주장이다.

우리는 장내에 기생하는 세균총과 공생관계에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을 장내 박테리아도 함께 먹는다. 우리 몸에 좋은 음식을 잘 먹는다면 우리 장내에는 유익균이 번성하게 돼서 뇌신경기능도 더욱 좋아지게 되고, 몸에 나쁜 음식을 먹는다면 유해균이 번성해 뇌기능도 나빠진다. 즉, 우리는 뇌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자폐증의 경우 선천적인 질환으로서 후천적인 환경이 그다지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후천적인 영향도 상당히 많이 받는다는 의견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는 곧 유전자의 이상이 질병으로 이어지느냐의 문제, 즉 유전자 발현의 문제인데 이때 대장의 세균총이 건강해진다면 유전자의 이상이 질병으로 나타나는 과정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즉, 펄머터 박사의 이론에 따르자면, 장내세균총이 건강한지 여부에 따라서, 또한 생활습관, 식습관 등의 영향에 따라서, 특정유전자의 발현이 이루어질 수도(질병이 발생함), 그렇지 않을 수도(질병이 발생하지 않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매 순간마다 장내의 박테리아가 유전자발현에 관여하고 있으며, 현대인들은 수천년간 이어져오던 식습관을 변화시킴으로써(즉, 과거와 달리 식습관이 나쁜 방향으로 변경돼서) 유전자가 그 영향을 받아서 유전성 질환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외에도 각종 크론씨병, 류마티스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의 상당수가 대장세균총의 영향하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각종 자가면역질환 역시 현대의학적으로 난치성 질환으로 뚜렷한 치료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펄머터 박사의 이론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는 대장세균총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우리에게 하고 있다.

●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가급적 항생제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 인공분만보다는 자연분만을 하는 것이 신생아의 장내세균총이 좋아진다. 이는 곧 신생아의 정신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일 수 있다.
● 설탕, 정제당, 과당 등을 피한다.
● 유전자조작식품을 피하도록 한다.
● 아채류를 데쳐서 많이 섭취하는 게 좋다.
● 자신의 체질에 맞지 않는 식품은 가급적 멀리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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