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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 방지는커녕 날로 교묘해진 목회권력 대물림 현상
방인성 목사 “교인 기만하고 종교 권력으로 배불린다”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1. 청라 A교회는 신도시로 이전하면서 부인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줬으며 대출을 받아 새로운 교회를 설립한 후 아들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맡겼다. 이후 기존 교회를 매각해 지교회가 본교회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세습을 완료했다.

#2. A목사는 신학대 동문 후배인 B목사에게 담임 목사직을 물려줬고, 후배 B목사는 자신이 목회하던 자리를 사위인 C목사에게 물려줬다. 또한 사위 C목사가 목회하던 자리는 B목사의 부목사였던 D목사가 물려받았다.

#3. 인천 B교회는 2012년에 C교회를 세운 후 담임 목사가 본교회와 새로 지은 C교회를 오가며 설교했다. 그러더니 2~3개 교구(200~300명)를 새로운 교회로 보냈다. 2014년 B교회 목사 아들이 C교회의 담임목사가 됐다.

교계 내·외 교회세습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여론에도 목회자들의 교회세습이 멈추지 않고 있다. 교회세습을 막기 위해 일부 교단에서는 금지 법안을 제정했지만 목회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일부 목회자들은 보란 듯이 변칙세습을 자행하고 있었다.

최근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는 지난 2013년 6월 29일부터 올해 1월 19일까지 진행한 변칙세습 현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2년 이전에 94곳, 2013~2014년까지 28곳 등 총 122곳이 세습을 완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직계세습은 85곳, 37곳은 변칙세습을 진행했다.

교단 분포에 있어 기감 예장합동 예장통합 등 한국교회에서 교세가 상대적으로 큰 교단에서 세습이 많이 이뤄졌으며 전체적으로는 변칙세습보다 직계세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실상 최근에는 직계세습보다 변칙세습이 더 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세습반대운동 및 세습방지법 논의가 본격화된 2013년 이후 나타난 현상으로 세습방지법이 통과된 기감과 예장통합에서 두드러졌다.

◆법망 교묘히 피해가는 세습 목사들

가장 먼저 교회세습방지법을 마련한 교단은 기감이다. 지난 2012년 법안을 마련했다. 기감은 이번 조사결과에서도 나타나듯 전체 세습교회 중 기감 소속 교회가 32%를 차지할 정도로 교회세습이 만연돼 있었다. 이를 도려내기 위해 가장 먼저 칼을 뺐던 것이다. 기감은 2013년 9월 25일 임시입법회의에서 ‘부모가 담임자로 있는 교회에 그의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는 연속해서 동일교회의 담임자로 파송할 수 없다. 부모가 장로로 있는 교회에 그의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는 담임자로 파송할 수 없다’는 규정을 통과시켰다.

기감을 선두로 한국교회는 교회 세습 문제를 화두로 삼고 총회에서 세습방지법 제정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기장과 예장통합도 곧이어 세습방지법을 입법했다. 예장합동에서는 세습 관련 안건을 유보하긴 했지만 일시적으로 ‘세습이 불가하다’고 결의를 하기도 했다. 2014년 봄에는 기성의 정기 봄노회에서 세습반대안건이 제출됐다.

그러나 이 같은 교단차원의 자성과 개혁의 움직임에도 개별 교회들은 교회를 세습하기 위해 법망을 피할 수 있는 갖은 ‘꼼수’를 짜내고 있는 형편이다. 유형만 해도 직계·사위·지교회·징검다리·다자간·복합M&A·교차·동서간세습 등 기상천외한 방법이 동원됐다.

◆“담임목사직 대물림 여전”

한 예로 기감이 세습금지법을 통과시키자마자 서울 강남 D교회 D담임목사는 위장담임자를 통해 징검다리 세습을 시도했다. 이 교회는 근처에 지교회를 세우고 부담임목사를 담임자로 파송했다. 1개월 후 담임 목사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본교회 위장담임자로 세웠다. 한 달 후 이를 발판 삼아 아들을 담임목사로 교체하는 징검다리식 세습을 감행한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인 D목사는 형식상 지교회의 담임 목사로 활동했다. 이 사실은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동춘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난 26일 열린 2015 변칙세습포럼에서 발제를 통해 이 같은 변칙세습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세습 문제가 교계와 사회 전반에 비판 여론이 일기 시작하자 통상적인 세습이 관철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교단이 제정한 법적 기준을 피해가면서도 여론의 지탄을 무마하는 교묘한 방식의 변칙세습이 등장해 활발하게 원용되고 있다”며 “결국은 담임목사직 대물림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교회세습에 대해 ▲교회 사유화 ▲목사 일인지배를 관철하기 위한 불법·사리사욕 ▲절차적 민주성과 공적 타당성·공정성 위배 ▲교회의 공교회성 저해 등의 이유를 들어 ‘부당한 행위’라고 평가했다.

◆“사회법에 제소해서라도 막아야”

세반연 실행위원장 방인성 목사는 세습의 거의 중대형·대형교회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세습의 중앙에 총회장 총감독 등 교단의 수장들이 포진해 있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주소”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교회세습 행태에 대해 “세습의 열매는 창조질서에서 가장 금단시한 금단의 열매를 따먹는 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돈·명예·권력 탐하는 탐욕의 우상을 섬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세습은 종교 권력으로 교인들을 기만하고 이용해서 배불리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교계 일각에서는 불법세습을 막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조치가 시도되고 있다. 기감 소속 석교교회 황광민 목사는 올해 연회에서 위장담임을 통한징검다리 불법세습을 막기 위해 기감 서울연회에 ‘위장담임자를 통한 징검다리 불법세습 척결 건의안’을 제출했고, 만장일치 통과됐다. 그는 감리사가 불법세습을 인정했다면 지방회원이 감독에게, 감독이 불법세습을 결재했다면 연회원이 감독회장에게 고발할 것을 청원하면 된다고 교단 내 질서를 강조했다.

그러나 행정책임자가 이를 거절할 시 사회법에 제소해야 한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규칙 오용이나 직권 남용은 행정책임자만 고발할 수 있으므로 그들이 고발을 거절한다면 사회법에 제소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렇게 해서라도 불법세습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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