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하지키계 고배(굽다리 접시) 등 유물 출토
6세기 전반 아닌 ‘5세기 후반’에 축조된 것 확인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고분(古墳)은 과거 사람들이 묻힌 무덤을 통칭한다. 즉 옛무덤을 말하지만, 고고학 에서는 일정한 형식을 갖춘 한정된 시대의 무덤을 고분이라 부른다. 한정된 시대는 고대까지를 말하는데, 특히 삼국시대 분묘를 의미한다.

고분 자체로는 인간의 마지막 통과 의례인 장례의 결과물이자 기념물이다. 당시 사람들의 사유 체계와 내세관이 담겨 있는 것이 특징이다. 후대 사람들은 무덤의 부장품을 통해 당시 문화의 수준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최근 대한문화재연구원이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발굴조사를 실시한 고창 칠암리 고분이 우리나라 전방후원형 고분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방후원(前方後圓)형’ 고분이란 앞쪽의 네모난 봉분과 뒤쪽의 둥근 봉분이 결합된 무덤을 말한다. 고창 지역의 고분은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이 있으며, 마한시대와 백제 시대의 것으로는 주구묘와 분구묘, 석실분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고창 칠암리 고분은 영산강 유역 에 집중 분포된 다른 전방후원형 고분의 경우와 같이 6세기 전반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본 하지키계 고배(高杯, 굽다리 접시) 등 출토유물을 통해 조성 연대가 5 세기 후반으로 확인됐다.

고분의 전체길이는 55m 내외로 우리나라 전 방후원형 고분 가운데 해남 방산리 고분과 함평 죽암리 고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이번 발굴조사 결과 봉분을 완성하는 단계에서 고분 주변에 돌을 깔아 넣은 즙석 (葺石) 시설을 한 것과 봉분과 석실을 동시에 축조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한 고분 매 장시설은 4장의 대형 할석(깬돌)을 사용해 벽을 세운 석관형(石棺形) 구조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국내에서 확인·보고된 전방후원 형 고분 13기 가운데 발굴조사가 이뤄진 광주 월계동 고분, 함평 신덕 고분, 해남 용두 리 고분, 영암 태간리 자라봉 고분 등은 횡혈식 석실(橫穴式 石室)과 수혈식 석실(竪穴式 石室) 구조다.

아울러 석관 내부에서는 백제계 기대(器臺, 그릇받침)와 개배(蓋杯, 굽 없이 뚜껑 이 덮여 있는 접시)를 비롯해 일본 하지키 계 고배와 원통형 토기가 출토됐으며, 철촉 (鐵鏃, 쇠로 만든 화살촉)과 마구(馬具) 부 속품인 운주(雲珠, 말띠꾸미개) 등도 수습됐다.

한편 전방후원형 고분은 보통 단독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에 조사된 고분 이외에 2기의 전방후원형 고분이 추가로 확인돼 학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구원은 “이번 발굴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전방후원형 고분의 성격과 출현 시기에 관한 연구뿐만 아니라 한·일 고분문화의 비교연구를 보다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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