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하는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천지일보(뉴스천지)

과학 관심도 과거보다 높아졌지만 미국 등 선진국 비하면 아직 부족
DIY의 진화 ‘메이커문화’ 통해 과학 문화 국민적으로 확산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소프트웨어(SW) 선도학교인 인천 명현중학교에 가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초등학교를 막 졸업해 아직도 앳된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정리하고, 코딩하고, 이를 레고형 로봇에 적용해 움직이기까지 하더군요. 자기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정말 재밌어합니다. 아이들은 실수하면 당황하는 것이 아니라 몇 번이고 수정해서 문제를 해결해요. 그 모습을 보니 ‘아, 제대로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은 나날이 발달하고 있다. 10년 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들이 과학기술을 통해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 컴퓨터를 중심으로 변화하는 이 시대는 ‘컴퓨팅적 사고(Computational Thinking)’를 가진 창의융합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인재 양성을 위해 2014년부터 초·중학교에 SW교육을 시범 도입하고 있다. 지난 22일 국내 SW교육의 중심에 있는 한국과학창의재단(KOFAC)의 김승환 이사장을 만났다. 아침 7시 강연을 마치고 왔다는 김 이사장은 릴레이 일정에도 지친 기색 없이 열정적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다음은 김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국내 과학문화 수준은 어떤가.

작년 개봉한 SF영화 ‘인터스텔라’는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넘으며 큰 흥행을 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중력이나 상대성 이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높아진 우리나라의 과학적 소양을 보여 준다.

그러나 선진국과 비교하면 성인들의 과학 관심도는 아직 부족하다. 미국 과학재단(NSF: National Science Foundation)의 ‘과학기술 국민이해도’ 2014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도는 46.3점으로, 조사를 시작한 2000년(36.6점)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63.8점(2012년 기준)인 것을 생각하면 우리 국민의 과학기술 관심도는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또 영화 인터스텔라와 같은 과학 문화를 소비하지만, 창출은 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에서 창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메이커(Maker)문화’가 이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성인들은 일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여유가 없다. 또 아파트 등과 같은 집단거주 문화로 인해 창작공간도 부족하다. 과거 100년 전에는 모든 것을 만들어 써야 했지만, 지금은 시간·공간이 없어 모든 걸 구매해서 해결하고 있다. 꺼졌던 불씨를 살리듯 메이커 정신을 다시 살려 국민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미션이다.

― 최근 주목받는 ‘메이커문화’란 무엇이며, 메이커문화의 확산으로 기대되는 사회적 효과는 무엇인가.

메이커문화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나 특별한 것이 아니라 ‘DIY(Do it yourself)’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만들고 창작하는 것은 인간의 잠재된 본능이다. 스스로 만드는 것들이 DIY라면, 메이커는 거기에 첨단 과학기술인 ICT, 오픈소스, 크라우드펀딩 등이 가미되면서 제품화나 사업화가 쉽고 더 빠른 속도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 DIY의 진화라고 할 수 있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메이커가 될 수 있다. 오픈소스, 3D프린터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거나 시제품을 만들고 크라우드펀딩,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인프라를 활용해 창업할 수 있다. 이 과정이 바로 창조경제 생태계의 출발이다. 메이커문화는 창조경제의 핵심적인 사회기반이다.

― 과학문화 확산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국민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과학기술·ICT 콘텐츠를 개발해 확산시킬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과학기술 백두대간’ 사업을 선보였다. ‘과학기술 백두대간’은 과학기술·ICT의 기본 원리를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단계별로 배우고 체험해 볼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다.

또한 ‘페임랩 코리아’ ‘대한민국 과학기술 창작대전’ 등 경연을 열어 전문인력 양성, 창작 커뮤니티 활동 지원을 통해 창의적 과학문화를 확산해 나가고자 한다.

▲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이 SW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내년부터 전국 중학교에 SW교육이 전면 시행된다. 아직은 낯선 SW교육, 왜 아이들에게 필요한가.

세상은 디지털 시대로 가고 있고,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이 디지털 시대의 인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컴퓨팅적 사고다. SW교육은 프로그램, 코딩을 배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컴퓨팅적 사고를 하도록 하는 교육이다. 이런 교육은 한 과목의 문제가 아니라 전방위적인 것이다. 과학이나 수학이 될 수도 있다. 다양한 형태로 펼쳐가야 한다.

과학기술·ICT는 5년만 지나도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지난 10년 동안 트위터, 페이스북, 애플, 구글 등은 우리 사회 전 분야의 지형을 바꿔 놨다. 아이들이 자란 15~20년 뒤 미래는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이를 미리 내다보고 시작된 것이 창의적 교육이고, 그 도구가 바로 SW교육이다. 물론 아직 시작 단계로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러나 SW 선도학교 현장의 모습은 충분히 긍정적이다.

덧붙여 SW교육을 한국의 입시 문화에 갇히게 해서는 안 된다. ‘시험에 나와요?’ 라며 걱정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있다. 이런 질문을 시작하면 아이들의 사고가 갇히게 된다.

미래 사회를 향해 전 세계적인 추세에 우리도 발맞추기 위해선 SW교육은 없어서는 안 될 시도다.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부분이다.

― 임기 중 목표는 무엇인가.

KOFAC는 2017년 설립 50주년을 맞는다. 지나온 50년의 성과를 되돌아보며, 재단의 역량을 한층 강화해 새로운 50년을 준비할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적 기관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할 것이다.

Think, Collaborate, Networking, Globalize 등 네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과학문화 확산과 창의인재 육성도 앞장설 것이다. 메이커문화 활성화와 SW교육을 통해 창조경제 실현기반을 구축하는 데 역점을 둘 것이다. 또 미래세대에 과학교육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국가적인 교육 지준인 ‘과학교육 표준’ 수립을 통해 과학·수학과 창의교육을 획기적으로 혁신하고자 한다.

더불어 민간 메이커들과 정부를 연결하는 다리이자, 민간의 역량을 키워줄 마중물로서 활동해 나갈 것이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자 하는 말.

창의성의 원천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는 용기를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 속에 숨어있는 호기심과 창작의 본능을 꺼냈으면 좋겠다. 이를 재단이 돕고 싶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