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발생헀던 날은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다. 그러나 마음만은 따뜻했다. 왜냐하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화해·통일위원회가 주관하는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기도회(남측)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추운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행되는 이번 기도회에 이미 감동을 받은 기자는 기독교 지도자들의 평화통일을 향한 간절한 마음을 생생하게 지면에 담기 위해 취재를 가기로 결정했다.

기도회는 강화 평화전망대 앞마당에서 열릴 예정이기 때문에 매우 추울 것을 예상했다. 오리털 점퍼로 중무장하고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기독교연합회관으로 기쁜 마음을 가지고 발길을 옮겼다.

버스에 올라 오늘 취재 방향을 생각했다. 날씨가 추운 가운데 진행되는 기도회라 어려움도 있겠지만 평화통일을 향한 뜨거운 마음이 있기에 은혜 충만한 기도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는 잠시 후 깨지고 말았다.

주최 측의 한 관계자가 기자에게 버스에서 내려달라는 것이었다. 무슨 이유인지 묻는 기자에게 그 관계자는 “우리 연합회에 가입한 한 교단이 ‘천지일보’에게는 어떤 협조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무슨 깊은 내막이 있는 것은 잘 모르겠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취재 길에 오른 기자에게 차에서 내리라는 것은 도대체 이해되지 않았다.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다.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것이 기독교의 근본 가르침이지 않는가. 본보는 특정 교단만을 취재·보도하는 신문사가 아니다. 개신교·불교·가톨릭·원불교·유교·민족종교 등 모든 종단을 취재·보도하고 있다.

어떤 종교든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고 기자는 생각한다. 어느 종단 취재를 가도 동행거부를 당한 적은 없다. 그렇기에 NCCK 측의 행동은 전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기자가 이번 일을 통해 NCCK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폭 넓은 아량을 갖고 모든 종교와도 대화하고 우주보다 더 큰 마음을 품기를 바라며 개신교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와 종교계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더 충실하게 감당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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