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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홈 필요성엔 ‘공감’
청년층 인력 유입 無
열악한 근무환경 원인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1. 제가 생각하는 그룹홈이란 상처받은 아이들의 집입니다. 너도나도 모두 상처받은 아이들이었습니다. 망가지고 부러진 너와 나의 모습을 보면서 다독일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습니다. 그룹홈에 들어가서 저는 처음으로 누군가의 품에 안겨서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나갈 때 누군가가 저를 위한 밥을 차려 주었습니다. 나를 위한 책상과 나를 위한 방이 있는 집이었습니다. 그곳에 있으면 ‘굴러온 돌’이라는 생각은 나지 않았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가족을 만났고 처음으로 언니와 동생을 가졌습니다. 그룹홈은 어쩌면 다른 곳보다 열악하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할 수도 있지만, 진심이 담긴 말들을 오랜 시간 나누고, 밥을 편안히 먹고, 나와 같은 아이들이 머물고, 좁은 집일지라도 편안히 잠이 들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습니다.

위의 글은 2014 충청남도 아동공동생활가정(그룹홈) 합동 토론회에 제시된 그룹홈의 요보호아동 은영(가명)이의 경험담이다. 2006년 은영이는 13살의 나이에 유일한 가족이었던 아버지를 잃고 위탁가정에 보내졌다. 그러나 은영이는 기존 가족 구성원들에게 심리적으로 편입되지 못해 1년을 채 있지 못하고 양육시설로 옮겨졌다. 그곳에서도 은영이는 집단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1주일 만에 가출하게 됐고 이후 그룹홈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룹홈은 ‘UN 아동 권리 협약’의 가정 보호 우선 정책에 따라 대규모 시설보호에서 탈피해 가정 보호 형태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2004년 아동복지법을 통해 정식으로 법제화됐다. 요보호대상아동에게 가정과 같은 주거여건과 보호, 양육, 자립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그룹홈의 취지에는 대부분이 공감을 표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은 열악하기만 하다.

법제화 이후 10여년이 지난 현재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그룹홈의 설치 수는 2004년 104개에서 2006년 213개, 2008년 332개, 2010년 416개, 2012년 489개로 점차 증가하다가 2013년 480개로 감소했다. 그에 비해 대규모 양육시설은 2006년 243개, 2008년 242개, 2010년 238개로 감소하다가 2013년 243개로 다시 증가했다. 이는 법제화 당시 대규모 집단 시설 위주의 보호에서 소규모 가정형태 보호로의 전환과 지역사회 중심의 새로운 보호 형태라는 정책 취지에서 벗어난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안정선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회장은 “아동양육시설의 직원은 직급과 호봉이 있는데 공동생활가정은 직급의 명칭만 있고 급여의 차이도 없고, 호봉제가 아니여서 10년을 일한 직원이나 하루를 일한 직원도 세금을 제외하고 나면 약 150만원으로 임금이 같다”며 “아동들을 잘 양육할 수 있는 청년층의 인력 유입은 거의 없고, 기존에 그룹홈을 운영하고 있는 복지사들은 평균 연령이 50~60대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을 키우는 시설도 기존엔 18평이면 가능했는데, 25평으로 바꾸라고 지시가 내려왔다. 시설 개선에 대한 지원도 없었다”며 “관리 요건은 시설과 똑같이 요구하면서, 지원은 시설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하다. 이는 그룹홈을 없애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지난 4월 그룹홈의 예산을 결정하는 기획재정부가 평가결과에서 ‘미흡’을 받은 사업은 감액 또는 지원 제외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그룹홈의 예산은 10% 경감될 위기에 처해있다. 안 회장은 기획재정부가 제시하는 평가항목 자체가 부당하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그룹홈의 경우 성과지표가 보호아동 증가율 등 인데 요보호아동 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으며 요보호아동이 증가하는 것 또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안 회장은 “그룹홈의 예산은 아동보호전문기관, 가정위탁지원센터 등과 같이 복지부의 일반예산이 아닌 ‘복권기금’으로 편성하고 있다”며 “기재부는 아동보호체계에 대한 철학과 국가의 아동보호책임에 대한 인식 없이 경제적인 논리에 의해 필요 예산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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