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도시 서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난 여름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해 관심을 모았던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 바우바우시의 찌아찌아족이 지난 21일 한국을 찾았다.

서울시와 훈민정음학회 초청으로 한국에 온 찌아찌아족 방문단은 바우바우시의 아미룰 타밈 시장 부부와 부족대표, 교장, 학생 등 9명으로, 26일까지 엿새간 서울에 머무를 예정이다.

한국 땅을 밟기까지 꼬박 28시간이나 걸려 도착한 인천국제공항에서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를 받은 이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곧 한국에서 겪을 각종 체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들뜬 모습으로 밝게 웃었다.

아미룰 타밈 시장은 초청에 감사의 말을 전한 뒤 “한글을 공식문자로 도입한 이후 주민들의 반응이 좋고 학습효과도 높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서울시와 문화·예술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이렇게 되면 바우바우시 민속공연단을 서울에 초청하고, 바우바우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개발도상국 공무원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방문단은 훈민정음학회와도 바우바우시에 한국센터 건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다.

먼 길을 마다않고 이들이 한국을 온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훈민정음학회가 한글을 단순 보급하겠다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 같은 교류도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본다.

아무리 훌륭한 한글일지라도 상대 민족을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의식이 없었다면 찌아찌아족의 마음 문을 결코 열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1960년 인도네시아에 합병되기 전까지 6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옛 부톤왕국의 수도였던 바우바우시는 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이런 민족에게 한글을 보급해 그들의 말을 표현하고 남길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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