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연구소장

 
우리나라처럼 언론이 요동을 치는 나라도 없다. 민주화, 산업화의 격렬한 물결 속에서 언론은 많은 역할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극심한 매체의 이합집산이 이루어졌다. 신문, TV를 거쳐 인터넷, 모바일로 이어지는 매체의 변화상은 전 세계적으로 이례적일만큼 뜨거웠다. 세계의 언론학자들이 한국 언론의 현실에 주목하는 것은 언론 매체 생태계의 미래를 내다보는 데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포츠 신문, 지하철 무료신문, 디지털 스포츠 저널리즘의 변화상은 좋은 연구테마이다.

이번 학기 학부 강의 ‘스포츠 산업정보론’에서 수강 학생들에게 크리스 앤더슨의 ‘롱테일 경제학’을 적용, 인터넷이 초래한 스포츠 산업시장의 환경변화와 트렌드를 살펴보는 조별 연구과제를 수행토록 했다. 3~4명씩, 6개조로 운영된 각 조별 과제 중에서 관심을 끌었던 것은 ‘스포츠 신문과 디지털 스포츠 저널리즘’이라는 제목의 미디어 관련 발표였다. 학생들은 여러 조사자료와 분석 등을 토대로 수준 높은 결과물을 발표했다. ‘롱테일 경제학’은 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혁명으로 ‘틈새 상품’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앞으로 현실세계에서 본격적으로 비즈니스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는 분석인데, 가장 두드러진 분야가 우리나라에서는 스포츠 신문과 관련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스포츠 신문은 2002 한·일월드컵을 전후, 필자가 기자로 근무했던 일간스포츠, 스포츠 서울, 스포츠 조선 등 3개사가 각각 50만부를 발행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한국신문방송연감에 따르면 2003년 스포츠 신문 5개사 직원수가 1280명이며 각 사의 매출이 9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시 서울 지하철과 버스 안에선 승객들의 대부분이 스포츠 신문을 읽는 모습을 늘상 볼 수 있었다. 당시 LA다저스에서 활동하던 박찬호의 경기가 열린 날은 말할 것도 없고, 겨울철 같은 야구 비수기에도 박찬호 기사가 1면에 나가면서 많은 애독자를 모았다. 최진실, 조성모 등 연예 스타들의 스캔들 기사도 스포츠 신문들의 단골 기사 메뉴였다.

하지만 스포츠 신문의 전성기는 ‘메트로’ 등 지하철 무가지의 등장으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하철 입구에서 공짜로 배포되는 유례없는 무가지의 공세에 스포츠 신문의 판매 실적은 급격히 하락했으며, 스포츠 신문의 광고 시장도 확 줄어들었다. 2013년 5대 스포츠 일간지의 종사자수는 300여명으로 급감했으며 매출도 전성기 때의 1/3 수준인 300억원 등으로 주저앉았다. 스포츠 신문을 가판시장에서 밀어내고 등장한 지하철 무가지의 강세도 10년을 넘지 못했다.

인터넷을 활용한 디지털 저널리즘의 등장은 스포츠 신문과 무가지는 물론 종합 일간지와 방송 등 기존 매체들을 뒤흔들어 놓았다. 속보성과 현장성, 상호 작용성을 통해 누구나 뉴스를 생산하고 배포하며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디지털 저널리즘은 네이버와 다음 등 대형 포털 사이트를 일거에 최고의 온라인 미디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스포츠 콘텐츠도 디지털 저널리즘에서 큰 변화를 맞았다. SNS 이용증가로 팟캐스트, 아프리카 TV, 파워블로거 등 1인 미디어 시대가 등장하면서 다양하고 전문적인 콘텐츠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제공되게 된 것이다. 앞으로 스포츠 콘텐츠 경쟁은 모바일 환경에 살아남기 위한 싸움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 스포츠 저널리즘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누구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블로그의 뉴스화에 성공하며 월간 순 방문자수가 1억 1000여만명을 넘어선 미국의 온라인미디어 허핑턴포스트와 나이, 성별, SNS를 공유하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독자 맞춤콘텐츠를 제공하고 기사와 광고의 경계를 허문 독특한 기사 형식이 특징인 버즈피드 등은 성공한 디지털 저널리즘으로 현재 손꼽히고 있다. 앞으로 디지털 저널리즘은 여러 매체와 시스템의 결합, 소비자와 생산자의 긴밀한 연결, 새로운 기술과 콘텐츠의 접목 등으로 많은 지각변동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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