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본의 주요언론이 만년 꼴찌 도쿄대 야구팀에 관한 기사를 일제히 다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3일 대학야구 경기에서 1승을 거둬 5년 만에 94연패 탈출했으니 말이다. 국내 대학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서울대 야구팀이 1977년 창설되고 난 뒤에 지금까지 승리는 단 한 차례뿐이었는데, 2004년 전국대학추계대회에서 당시 신생팀인 송원대를 상대로 2:0으로 승리한 후에 10년이 되도록 1승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만년 꼴찌 팀이지만 선수들은 인성과 배려의 야구철학을 배우면서 열정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야구는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매너(manner) 있는 경기다. 다른 구기에는 없는 희생번트나 희생타라는 용어가 있다. 야구 안에는 희생과 협동 그리고 준법이 다 들어 있는데, 그러니 선수들은 때로는 인내하고 자기편이나 상대팀을 배려하면서 베스트(best) 정신을 가지는 것이다. 그로 인해 관중들이 환호하고 프로야구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으니 바야흐로 시즌을 맞아 국민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게 프로야구인 것이다.

그러한 매너 야구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23일 kt와 한화와의 경기에서 6대 1로 이기고 있던 한화팀이 보인 9회의 상황 전개다. 한화 공격 때 강경학 선수가 1루에서 2루 도루를 했고, 수비 때는 1사후와 2사후에 투수 2명을 교체했던 것이다. 그날 경기에 진 kt팀 주장인 신명철 선수가 한화팀에 대놓고 욕설을 퍼붓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팀내 고참이자 주장을 맡고 있는 신 선수는 자기팀 선수들에게 근성과 오기를 불러 넣기 위해 악역을 자초했다고 전말을 밝히면서 사과했고, 그 덕분인지 kt는 다음 경기에서 한화에게 대승을 거뒀다.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프로야구라 하지만 불문율이 있다고 했다. 상대팀과 5점 이상 큰 점수 차이가 날 경우 9회 마지막 이닝,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불펜 투수를 교체하거나 도루는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대팀이 전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에서는 이기고 있는 팀은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마지막 이닝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겨도 불문율을 지켜가면서 정정당당히 승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야구가 신사도(紳士道)가 있는 종목이요, 인생철학이 담긴 배려의 경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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