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등. ⓒ천지일보(뉴스천지)

각국 기념일 날짜 조금씩 차이 나
한국·중국 등 음력 4월 8일 기념
남방불교선 4~5월 보름날 행사

연등회, 고려 때부터 국가적 행사
오늘날 문화축제 행사로 자리 잡아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우리나라는 지난 1975년부터 ‘석가탄신일(釋迦誕辰日)’ 또는 ‘부처님오신날’을 공휴일로 지정해 음력 4월 초파일을 석가의 탄생일로 기념하고 있다. 그렇다면 불교의 영향력이 큰 다른 나라도 이날을 똑같이 기념하고 있을까?

석가모니의 생몰년을 두고는 여러 주장이 분분한데 세계불교도대회에서는 기원전 624~544년으로 공식 채택했다. 경(經)과 논(論)에는 석가가 태어난 날을 2월 8일 또는 4월 8일로 적고 있는데, 자월(子月: 지금의 음력 11월)을 정월로 치던 때의 4월 8일은 곧 인월(寅月: 지금의 정월)을 정월로 치는 2월 8일이므로 원래는 음력 2월 8일이 맞다. 그러나 불교의 종주국인 인도와 중국·한국 등지에서는 석가의 탄생을 음력 4월 8일로 기념하고 있고 일본은 양력 4월 8일을 석가탄신일로 정하고 있다.

반면 스리랑카와 미얀마,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남방불교에서는 바이샤카월(月)의 보름날의 일이라고 하여, 음력 4월 15일을 석가탄신일로 본다. 각국마다 기념일이 조금씩 다른데, 1956년 11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열린 제4차 세계불교대회에서는 양력 5월 15일을 석가탄신일로 결정했다. 또 국제연합은 1998년 스리랑카에서 개최된 세계불교도회의의 안건을 받아들여 양력 5월 중 보름달이 뜬 날을 석가탄신일로 정해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석가탄신일이 각국마다 다른 이유는 각국에서 오랫동안 행해 온 관행에 따라 행사가 진행돼 왔기 때문이며 그것을 쉽게 바꾸기 힘든 실정이다. 한국처럼 공휴일로 지정한 나라들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민족이 함께 즐겨온 민속명절로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다. 이날엔 연등행사(燃燈行事)와 관등(觀燈)놀이, 탑돌이 등 갖가지 행사가 벌어졌다. 조선 때는 불교를 배척하고 유교를 숭상한 때이므로 불교가 힘을 못 썼으나 이미 민속으로 굳어져 버렸기 때문에 여전히 집집마다 관등(연등)을 달고 어린이들을 위한 장난감 등을 파는 등 명절과 같은 날이 됐다.

특히 연등회(燃燈會)는 등불을 밝혀 자신의 마음을 맑고 바르게 해서 부처의 공덕을 기리는 의식으로, 신라 진흥왕 12년(551)에 팔관회(八關會)의 개설과 함께 국가적 행사로 열리게 됐고 특히 고려 때 성행했다. 이날에는 등불을 밝혀 다과(茶菓)를 베풀고, 임금과 신하가 함께 음악과 춤을 즐기며, 부처님을 즐겁게 하여 국가와 왕실의 태평을 빌었다. 오늘날에는 모든 시민들이 참여하는 문화축제 형태로 자리 잡았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다.

중국에서도 석가탄신일에 연등행사가 이뤄지나 우리나라처럼 성행하지는 않으며, 일본에서는 연등축제 대신 불전(佛前)에 꽃을 올리는 ‘하나마쯔리’로 대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석가탄신일을 와이삭 데이(Waisak day)라고 해서 세계 최대 불교사원인 보로부두르 사원에서 종이등을 날리는 등 매년 기념행사를 연다. 스리랑카에서는 아침 6시부터 팔관재계(八關齋戒)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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