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미라 함락. (사진출처: 연합뉴스)

‘사막의 베네치아’ 팔미라, ‘피의 도시’로 바뀌나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사막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중부 고대 유적도시 팔미라를 점령한 후 최소 400명을 살해했다고 시리아 국영 TV가 24일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살해된 주민들은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들이다. IS를 반대하는 활동가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팔미라 거리 곳곳에 수백 구의 시신이 방치돼 있다고 참혹상을 알렸다. 피살당한 피해자들은 친정부 성향의 주민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IS는 지난 20일 팔미라를 손아귀에 넣었다. 고대 문화유적이 풍부해 ‘사막의 진주’ ‘사막의 베네치아’로 불렸던 시리아 팔미라가 점령되자 팔미라 문화유적 파괴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다. IS는 이라크에서도 점령한 지역에서 수많은 문화유적들을 파괴한 전력이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시리아의 고대 도시 팔미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전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보코바 사무총장은 시리아 정부군과 IS에 전투 행위 중단을 촉구하며 “중동의 가장 중요한 유적지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모든 단체는 분쟁 중에도 문화유산을 보호할 국제적 의무를 존중해야 한다”며 “문화유산을 직접 타격하거나 군사 목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사회에도 도움을 요청하며 “팔미라 시민들과 독특한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데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동원해달라”고 호소했다.

IS가 팔미라를 최초 장악한 것은 15일이다. 이때 팔미라 북부 대부분을 점령했지만 곧바로 시리아 정부군이 재탈환해 16일에는 정부군 통제 아래 있었다. 이후 20일 다시 IS가 팔미라를 빼앗았다. 시리아 정부는 IS 공격에 대비해 문화재 수백 점을 안전한 장소로 옮겼으나 돌기둥 등 건축물은 손쓰지 못하고 방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팔미라는 중동 지역의 아름다운 고대 유적지 중 하나로 꼽힌다. 팔미라는 ‘야자수의 도시’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기원전 19세기 시리아 사막을 지나던 대상이 쉬어가던 곳으로 알려졌다. 팔미라는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로 그리스 로마 등 유럽 양식과 페르시아 인도 등 동양 문화가 융합된 독특한 문화적 특색을 갖고 있다. 실크로드 무역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며 전성기를 누린 것으로 전해진다. 1톤이 넘는 거대한 돌기둥이 줄지어 늘어선 거리와 바알신전, 묘지유적, 원형 경기장 등으로 내전 전까지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았다.

유네스코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 세계 유산으로 지정했지만, 잦은 내전으로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한편 IS는 점령지에서 ‘우상 파괴’라는 종교적 이유로 문화재 파괴를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26일 이라크 모술 박물관에서 석상과 조각품, 서적 등을 파괴했고, 그 다음 달 5일에는 이라크 님루드 고대 아시리아 도시 유적을 파괴했다. 이틀 뒤인 7일 이라크 하트라에 있는 2천년 역사의 고대도시 유적을 파괴했으며 유물은 도난됐다. 그 다음날 이라크 코르사바드 고대도시 유적지도 폭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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