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불교 문인협회 김덕권 명예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원불교 문인협회 김덕권 명예회장 인터뷰

물질만능이 된 현시대
‘돈’ 神으로 여기다보니
정신문제 생길 수밖에

종교가 정신 깨워줘야
우주의 진리 가르치고
세상서 사는 법 알려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제가 이야기 하나 할까요. 맹사성이란 분이 있었지요. 아 이 양반이 참 대단한 분이었단 말이지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는 똑똑한 분이었어요. 청렴하고 예의도 발랐지만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어요. 그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어요.

맹사성이 어느 날 먼 마을에 있는 한 고승을 찾아갔지요. 한 수 배우러 간 것이었어요. 그리고는 스님에게 물었지요. ‘스님, 제가 최고로 삼아야 하는 게 무엇인가요’ 그랬더니 스님이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착한 일을 많이 베풀면 된다’라고 답을 했어요.

아 생각해봐요. 그 멀리 갔는데, 고작 하는 말이 세 살 어린아이도 아는 말이었어요. 그러니 맹사성이 화를 내고 가려고 했죠. 그랬더니 스님이 차 한잔하고 가라며 붙잡았지요. 맹사성이 앉으니 스님이 차를 따르기 시작했어요. (직접 찻잔에 차를 따르며 보여줌) 봐요. 찻물이 넘치죠. 이렇게 따랐어요. 그러니 맹사성은 자신을 놓고 장난을 치는 것이냐며 화를 냈죠.

그러니 스님이 하는 말이 ‘찻물이 넘치듯 지식이 넘쳐서 인품이 망가지고 있는데 왜 그걸 모르냐’고 말했죠. 이 말에 맹사성은 기분이 나빠서 나가려고 일어나서 획 돌아섰죠. 그랬더니 이번엔 문지방에 머리를 부딪쳤어요. 스님이 그랬지요. 머리를 숙이고 자신을 낮추면 부딪칠 일이 없다고 말이에요. 오늘날 종교인들에게 필요한 덕목이지요. 자신을 낮추면 부딪칠 일이 없어요.”

지난 2012년 나이 72세에 인터넷 포털 카페 ‘덕화만발(德華滿發)’을 개설하고 1400여개의 종교칼럼을 연재하는 등 힘찬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원불교 문인이 있다. 원불교에서는 법호 ‘덕산(德山)’으로 알려져 있는 원불교 문인협회 김덕권(76) 명예회장이다.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원불교 신앙을 해왔고, 또 ‘덕(德)’을 베풀며 ‘도(道)’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온 김 회장을 찾아갔다. 수십년 ‘도인(道人)’의 길을 걸어온 그는 소박한 찻잔에 차를 따르며 소탈한 웃음과 함께 자신이 걸어온 도의 깊이를 드러냈다. 그가 걸어온 세월의 흔적은 백발과 백미에 고스란히 나타나는 듯했다. 그에게 이 시대의 ‘종교’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원불교 문인협회 김덕권 명예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우리 시대에 종교가 필요한 이유는.

너무 물질의 세력이 커졌다. 과학의 시대가 와서 시대가 급속도로 변했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 컴퓨터 같은 것이 없었다. 다른 게 신통이 아니라 이게 신통이다. 신은 없어졌다. 돈이 신이 됐다. 돈이 종교계까지 들어와 문제가 됐다. 물질만능 시대가 됐다. 아이들은 공부에 치여 놀 틈도 없다. 정신이 어떻게 되겠는가. 정신에 문제가 생기게 된 것이다. 그래서 종교가 필요하다.

― 종교가 정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물질이 신이 돼버린 것을 바꿔서 반전을 시켜야 한다. 그 방법이 바로 정신을 깨워주는 ‘개벽’이다. 정신을 깨워주고 우주의 진리를 가르쳐주고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하는 게 종교다.

― 우주의 진리가 무엇인가.

우주의 진리는 성주괴공(成駐壞空, 불교의 시간관인 사겁으로 성겁·주겁·괴겁·공겁을 줄인 말)으로 변한다. 즉 풀이하면 우주가 이뤄지고 만들어지는가 하면 머물러 있기도 하고, 무너진 다음 텅 빈 상태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치로 보면 지구도 춘하추동(春夏秋冬)으로 변한다. 인간은 생로병사(生老病死)로 변해간다. 또 인생은 흥망성쇠(興亡盛衰)로 변한다. 우주의 진리는 돌고 돈다는 것이며 이를 원불교에서는 ‘일원상’이라고 표현한다. 그렇게 시작도 없고 끝도 없이 영원히 가는 것이라고 본다.

―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인과응보(因果應報)이다. 사람이 죽어서 천당에 가면 끝인가.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육도로 변한다고 한다. 공덕을 많이 쌓은 사람은 천국 극락으로 가고, 죄·복 많이 쌓으면 다시 인간으로 태어난다. 이럴 경우 자신의 행위에 따라 다음 생은 천국, 혹은 지옥에 가기도 한다. 짐승으로 태어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영생불멸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더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공덕을 쌓는 것, 죄를 지으면 반드시 벌을 받고 공덕을 쌓으면 반드시 복을 받는다.

― 죄 지으면 벌 받고 착한 일을 하면 복 받는다는 것은 도덕이지 않는가. 종교라면 도덕과는 차원이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도덕이라는 것도 종교를 알아야 잘 지킬 수 있지 않겠나. 종교적으로 봤을 때 인과응보에 따른 영생불멸이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있어야 종교라 할 수 있다고 본다. 도덕도 종교가 없으면 도덕적으로 사는 게 더 어렵다고 본다. 더 넓게 보면 양심대로 사는 것인데, 양심이 곧 진리가 돼야 한다.

― 오늘날 종교계는 어떠한가.

현재 종교계는 공덕을 쌓지 못해 좋은 곳으로 가지 못하는 ‘강급(降級)’ 시대이다. 그래서 낡고 부패한 종교가 아닌 새로운 종교단체가 필요하다. 곧 새로운 종교단체가 그 시대 종교계를 대표하는 그러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본다.

― 진리는 하나이고 신도 하나인데 종교는 수만 가지다. 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고 보는가.

진리는 변치 않는 것이다. 진리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종교계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물질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인간이 세속화·권력화·집단화·편협화·배타화되는 것이다. ‘양심’이 있어야 하는데 ‘욕심’이 있다. 또 자기들만 최고라고 하는 자만심 때문이다. 자신을 낮추면 부딪칠 염려가 없다.

― 종교인들은 어떻게 사는 게 합당한가.

상생의 인연을 만들어가야 한다. 상생의 인연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내가 주는 것이다. 내가 주먹을 주면 주먹이 온다. 내가 덕을 베풀면 덕이 온다. 이게 바로 상생의 인연으로 바뀌는 것이다. 상생의 인연이 많을수록 그 사람은 더 나은 인생을 살게 된다. 또 겸양지덕(謙讓之德, 겸손하게 사양하는 미덕)이 중요하다. 만약 종교가 10가지가 있다고 할 것 같으면 다 섭렵해본 후에 좋은 것을 선택하라고 하면 되는 것이다. 그게 가장 나은 방법이 아니겠는가.

<약력>
- 원불교 중앙청운회 회장 역임
- 원불교 모려회 회장 역임
- 원불교 문인협회 명예회장
- 사단복지법인 청운보은동산 대표이사 역임
- 원불교 문화예술단체 총연합회 부회장
- 월간 월광 교화칼럼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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