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티 구호헌금 전용 의혹 사태 일지.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아이티(구호헌금 전용의혹) 조사처리 문제에 있어 총회 석상에서 그동안 총회관례상 합당하다고 생각해 발언했다. 그러나 차후에 아이티 사건에 대한 경위를 다시 들어보니 그동안 알려졌던 사실과는 다른 점이 너무나 많았음을 알게 됐다. 이에 아이티 사건과 관련된 해피나우 사무총장 P목사가 받은 상처와 피해로 (인한) 개인적 가정적 교회적 어려움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며 용서를 구한다.”

이는 이달 초 가성교회 당회장 윤두태 목사가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교단지에 광고를 내고 공개 사과한 내용이다. 예장합동 총회는 지난 5년 동안 관련자를 처벌하기 위해 끝도 없는 조사를 벌여 왔다. 이번 사과문은 그런 교단 정치권의 방향과는 정반대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윤 목사는 지난 98회 총회 때 아이티구호금전용사건사법처리전권위원회의 아이티 사태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와 관련한 결의를 성안하는 등 총회 측 입장을 대변한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러한 그가 자신의 발언을 180도 뒤집는 공개 사과문을 낸 것. 도대체 그는 왜 갑자기 사과문을 냈을까.

윤 목사는 사과뿐만 아니라 “향후 P목사가 당한 처절한 고통, 아픔 상처의 치유와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확약한다”며 “차후에 아이티 문제가 사실대로 잘 해결되기 위해 P목사에게 억울함을 알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총회차원에서 마련해 제100회 총회에서는 사실을 근거로 원만하게 잘 해결될 수 있기를 소원한다”고 강조했다.

◆ 30억원 아이티구호헌금은 어디로?

일명 ‘아이티 사태’로 불리는 예장합동 아이티 구호헌금 전용 의혹 사건의 시작은 2010년 1월 아이티에서 발생한 대지진이 그 배경이다. 총인구가 900만명밖에 안 되는 나라에서 사망자 30만명, 실종자 10만명, 이재민 150만명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자 한국교회 장자 교단이라고 자부하는 예장합동도 모금 운동을 전개했다. 교회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총 30억원에 달하는 구호헌금이 모아졌다.

그러나 이듬해 예장합동 총회는 발칵 뒤집혔다. 총회 감사보고서 때문이다. 보고서는 아이티 구호헌금이 피해를 입은 아이티 국민에 직접적으로 지원된 게 아니라 비전센터 건립에 사용됐다고 보고했다. 해피나우는 대지진 직후에는 긴급구호물품을 지원했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 현지 주민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업을 계획한 해피나우는 현지에 비전센터를 세우고 유치원과 초등학교, 대학교, 카페, 레스토랑을 만들어 주민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해피나우는 구호금에서 설계비 약 1억 2000만원, 건축 시공 선급금 5억 9000만원, 건설 장비 구입에 1억원을 썼다. 12억원은 직원(국내, 현지) 급여, 생활비, 해피나우 게스트 하우스 대여에 사용했다. 해피나우는 비전센터 건립에 필요한 비용 중 모금된 금액을 초과하는 비용은 자체 모금으로 해결할 계획이었다.

구호금의 일부는 다른 재해지역에도 지원됐다. 필리핀(6000만원), 천안함 사태로 피해 입은 지역교회(1000만원), 중국 지진 피해 지역(4000만원), 국내 태풍 피해지역(1000만원) 등 다른 곳에도 지원됐다.  그러나 이는 재난구호 연장선상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예장합동 총회가 보유하고 있는 아이티 구호금 잔액은 7억 7000만원이다. 

◆ 헌금전용 의혹에 여론 들끓었지만…

총회는 아이티 재해민을 돕기 위해 모은 헌금이 다른 곳에 엉뚱하게 사용됐다고 총대들에게 발표했고, 발표를 들은 총대들은 들끓었다. 목적과 다르게 사용됐으며, 총회에서 허락하지 않은 불법 단체에서 헌금을 전용했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실무 담당자가 나서서 현지 상황에 대해 해명할 기회는 없었다. 총대들은 서둘러 7명으로 구성된 아이티구호헌금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했다. 교계 언론들은 일제히 관련 기사들을 다뤘다. 관련자를 처벌하기 위한 절차들은 일사천리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조사위가 5개월 동안 조사를 진행했지만, 명백한 증거물을 찾지 못한 채 총회긴급재난구호대책위원회가 불법이라는 의견만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사태는 96회 총회에서 해결되지 못했고, 97회 총회에서는 9명으로 구성된 9인조사처리위원을 다시 선정해 조사를 시작했다. 당시 신규식 목사가 아이티구호헌금전용사건 사법처리전권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의혹을 입증할만한 물증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게 됐고, 결국 2013년 총회는 다시 한 번 전면 재조사를 지시했다. 총회는 위원회 구성원을 바꿔가며 조사위를 다시 구성했지만 역시 전용의혹을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한 채 사태는 답보상태에 빠졌다.

◆ 교단·검찰, 증거 찾지 못해

결국 교단 내에서는 정확한 증거도 없이 아이티 구호헌금 전용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나왔다. 지난해 9월 24일 열린 제99회 예장합동 총회에서 아이티구호헌금전용사건사법처리전권위원회는 아이티 사태와 관련해 “비전센터 건축이 추진이 안 되고 지연됐으면 당사자들을 불러 이유를 물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를 못했고 부정적인 요소들만을 공개함으로 오늘에 이르렀다”며 지난 5년 동안 의혹에 따른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했음을 고백했다. 그러나 총회는 이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아이티 사태에 대한 재조사를 지시했다. 97회 때 아이티 사태에 조사를 진행했던 신규식 목사가 다시 위원장을 맡았다.

교단 내에서 진상을 규명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위원회는 결국 해피나우 사무총장 박원영 목사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강도 높은 수사를 펼친 검찰은 지난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위원회는 이에 불복해 서울고등검찰청에 재정신청을 냈지만 검찰은 이마저도 기각 처분했다. 이에 신규식 위원장은 이번엔 서울고등법원에 재청신청을 제출했다.

서울고법마저 재청신청을 기각하게 되면 예장합동 총회는 아이티 구호헌금과 관련해 더 이상 의혹을 제기할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불확실한 조사를 바탕으로 5년 동안 관련자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