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령을 인가하는 그레고리오 9세. 1509~11년 제작. 바티칸 서명의 방에 그려진 프레스코 벽화 (사진제공: 정성길 명예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라파엘로 작품에 등장하는 교황 중 그레고리오 9세(1227~1241년)를 소개한다.

그레고리오 9세는 라파엘로보다 200년이나 앞선 인물인데, 라파엘로가 초상화를 남긴 점이 눈길을 끈다. 라파엘로(1483-1520)가 생존 당시 6명의 교황이 바뀌었다.

식스토 4세가 라파엘로가 아기 때인 1484년에 물러난 것을 제외하면 5명의 교황이 있었으나, 아직까지 알려진 바로는 라파엘로는 율리오 2세(1503~1513년)와 레오 10세(1513~1521년)만을 작품에 담았다.

그레고리오 9세가 등장하는 작품은 교황의 교령을 인가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13세기 교회법으로 교황이 수염 기르는 것이 금지된 것과 달리 고대 전통대로 수염을 기르고 있는 모습이다.

그레고리오 9세는 비공식적으로 행해지던 종교재판을 공식화 해 확장시킨 인물이며, 그로 인해 이단 정죄와 마녀사냥이 성행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이단 정죄와 마녀사냥은 교회의 거룩함을 지킨다는 명분이었지만, 무자비한 고문과 끔찍한 방식으로 처벌했다.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예수가 남긴 가르침과는 전혀 상반되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과연 성서에 바탕을 둔 것이었는지 의심이 드는 부분이다.

이는 개신교 대다수가 마녀사냥을 그대로 따라하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인물이 장로교의 시조인 칼빈(칼뱅)이다. 장로교를 창시한 칼빈(칼뱅)은 프랑스 출신이지만 스위스 개혁에 참여하면서, 자신이 정한 교리에 동조하지 않으면 ‘이단’으로 몰고 처형했다. 이런 ‘마녀사냥’으로 4년 동안 무려 58명을 사형하고, 76명이나 추방했다. 당시 스위스 제네바 인구가 1만 6000명 미만이었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다. 처형한 방법 역시 사람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잔인한 여러 가지 수법으로 처형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개신교의 마녀사냥은 오늘날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칼빈(칼뱅) 신학을 이어받은 장로교는 무분별한 이단 정죄로 수백개의 교단과 교파로 갈라졌으며, 교인수 감소의 원인이 됐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사랑과 섬김의 본이 돼야 할 종교인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건 새로운 종교개혁이 필요한 시점임을 의미하는 듯하다.

종교재판소는 종교적인 교리 외에도 자신들이 정한 기득권과 반대되는 행위를 할 때도 여지없이 심판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돈다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地動說)을 지지하다가 종교재판소에 회부돼 재판을 받은 16~17세기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였다. 천동설(天動說)을 지지하면 살려준다고 하자 마지못해 천동설을 인정했으나, 법정에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중얼거린 갈릴레이의 일화는 유명하다.

라파엘로가 왜 그레고리오 9세 작품을 남겼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추기경에게 교령을 인가하는 모습은 중세 가톨릭부터 개신교까지 마녀사냥을 자행하는 종교의 부패가 있을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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