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세수결손·가계부채 전부 해결돼야 겨우 3.0%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잇달아 ‘하향 조정’을 당하는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CLI) 발표로 생겨난 기대도 잠시, 국제통화기금(IMF)에 이어 우리나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조건부 3% 성장’을 전망하면서 저성장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KDI는 20일 ‘2015년 상반기 경기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5%에서 3.0%로 낮췄다. 지난해 10월 3.9%에서 지난달 3.1%로 낮춘 한국은행이나 지난 14일 3.1%로 하향한 IMF 등 주요 기관들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전망치 하향 조정의 주요 원인은 수출 부진과 구조개혁 지연을 꼽았다. KDI는 올해 내수는 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하게 회복되겠지만, 수출은 부진이 지속되면서 1.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전망(3.6)보다 무려 2.5%포인트(p) 줄어든 수준이다. 중국과 신흥국 등 주요 수출대상국의 성장세 둔화와 엔저 등을 수출 경쟁력 저하의 요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3가지 전제 조건이 모두 맞아떨어졌을 때 가능한 전망치다. 3.0% 성장을 달성하려면 ▲세수 목표치 달성(올해 세수결손이 전혀 발생하지 않고) ▲추가 기준금리 인하(1~2차례 추가 인하) ▲구조개혁 목표 달성(부실기업 정리, 연금개혁, 노동시장 유연화 등) 등 현실화가 어려운 세 가지 전제가 모두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조건이 깔려있다.

때문에 KDI는 “구조개혁 정책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거나, 통화 및 재정정책이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우리 경제성장률은 2%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2% 후반대 성장을 예고한 셈이다.

현재 노동개혁과 공무원연금개혁이 여야 간 대립으로 국회에서 공전만 거듭하고 있어 처리가 불투명한 데다,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경제활성화법은 국회에서 수년째 표류하는 등 구조개혁 정책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도 녹록지 않다.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통제하지 못할 경우 금리인하를 추진하는 데 큰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세수 목표 달성 역시 쉽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세수 부족 규모를 3조 4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내수부진과 수출감소 등을 고려하면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KDI는 “만약 올해 7조~8조원 정도 세수가 부족해지면 성장률은 0.2%p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실상 3% 성장이 희박한 상황을 고려해 KDI는 이날 적극적인 정책 제언도 내놨다. 정부엔 세수 전망을 현실화하고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으로 구조개혁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금리 인하를 통해 저물가 상황에 대응하고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로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날 조동석 KD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정 당국(기재부)과 통화 당국(한은), 금융 당국(금융위원회)이 서로 화살을 돌리고 있다”며 “핑계만 대지 말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증가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고 추경을 요구하고, 정부는 경기활력 제고를 위해 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한은이 금리를 내리고 있지 않고 안심전환대출 등으로 상황을 오히려 어렵게 했다는 등의 말로 떠넘기기를 하는 모습을 지적한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