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로드킬 동물사체 현황, 지난 1월 울산광역시 중구 태화동에서 로드킬 당한 고양이의 모습(사진출처: 한국로드킬예방협회)

서울 도심서 연평균 3956마리 목숨 잃어
고양이가 81% 차지… 3년간 1만여마리
“도로변의 개·고양이 주의해서 운전해야”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에서 고라니가 차에 치여 즉사하는 등 도심에서 ‘로드킬’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대구시 북구 고성동 도로에서도 천연기념물 수달이 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로드킬은 주행 중 야생동물의 갑작스러운 도로 침입으로 발생하는 차 사고로, 동물뿐 아니라 주행 중이던 차량에도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방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동물 로드킬과 관련된 정책과 향후 계획은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노근(새누리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로드킬 건수는 1만 1548건으로 하루 평균 10.7마리의 동물들이 차에 치여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로드킬 건수는 2012년 4163마리, 2013년 5158마리, 2014년 2548마리로 연평균 3956마리의 동물이 길 위에서 목숨을 잃었다.

로드킬로 죽은 동물은 고양이가 전체의 81%(1만 1869건)를 차지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개(12%, 1422마리), 기타 야생동물·조류(7%, 779마리) 등의 순이었다.

특히 로드킬은 튀어나오는 동물들을 피하려다 추돌·추락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동물뿐 아니라 운전자에게도 큰 교통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 길에 나타난 고양이를 피하려다가 트럭이 옹벽을 들이받거나 고양이 사체를 피하려던 택시가 중앙선을 넘어 인도로 올라와 건물을 들이받는 사고도 일어난 바 있다.

강창희 한국로드킬예방협회 상임대표는 “개는 전체적인 도로 상황 등을 파악해 움직이지만, 고양이는 목표지점만 설정하고 주변상황 관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로드킬 비율이 개보다 더 높게 나타난다”며 “도로변에 개나 고양이가 보일 경우 주의해서 운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대표는 “경남지역에서는 로드킬 동물을 신고하면 신고포상금을 주는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로드킬을 당한 이후 동물들을 한쪽으로 옮기기 위해 무작정 차에서 내리는 행동은 자칫 더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안전확보 후에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강 대표는 정부의 로드킬 현황이 실제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언론을 통해 나오는 로드킬 조사결과의 장소·기간·방법 등이 한정적이고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대표성을 띄기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 대표는 “우리나라는 로드킬에 대한 체계적인 통계를 내는 시스템이 없다”며 “총 11만㎞에 이르는 도로를 다 조사할 순 없었지만, 일부 구간의 조사를 분석해보더라도 협회는 연간 25만~30만 마리의 동물이 로드킬로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로드킬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폭넓고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기존에 발생하고 있는 로드킬 상황을 상세하게 조사해 로드킬을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 등을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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