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학회, 정부 ‘대학 감축’ 정책 문제 지적
“2기부터는 사회적 합의로 정책 새로 구성해야”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이 지방대와 전문대의 위기를 키우고 대학서열 구조를 고착화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한국대학학회가 지난 15일 발표한 대학구조개혁 정책대안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구조개혁 정책은 전국 대학을 일률적 평가로 5등급으로 분류해 차등 지원하고, 우수 이하 등급 대학에 대해 차등적으로 정원을 감축한다는 게 골자다.

학회는 정부의 재정지원 정책을 통한 정원 감축 추진 결과 대학 전체정원 중 6.6%가 감축됐으나, 수도권 3.9%, 비수도권 5.7%로 불균형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지방대 정원 축소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지방대와 전문대를 살리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개혁 목적 자체는 타당하지만, 결과는 목적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에 따르면 전국 대학을 최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 미흡 등급으로 분류한 뒤 등급에 따라 구조개혁 조치 내용을 달리했다. 특히 2회 이상 매우 미흡 등급을 받은 대학은 아예 퇴출하기로 했다.

학회는 이런 방식의 평가에 대해 “대학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고, 하위대학 퇴출 방식으로 대학 간의 상호 지표경쟁이 유발되고, 교육목표 실종이 예상된다”며 “변화하는 국내외 여건에 부응하는 고등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고민 없이 축소지향의 기능적 구조개혁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대학 입학정원을 2023학년까지 16만명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이 지난 4월 발의한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대학구조개혁법)’에 따르면 대학 평가를 통해 부실 대학으로 드러날 경우 학생정원 감축,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 폐쇄, 학교법인 해산 등의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학회는 향후 10년간 대학정원 16만명 감축이 필수라는 정부 측 주장에 대해선 “인구통계학적으로만 접근해 학령인구의 범주, 학생구성 변화 등 교육환경에 대한 고려가 없다”고 지적했다. 북미 대학이나 유럽대학의 경우 인구감소 타격을 학생 구성 다변화로 해결했고, 미국 대학에서도 성인학습자 비율이 35% 이상 차지한다는 것이다.

학회는 “정부의 감축 중심의 구조조정 정책은 감축에만 초점을 맞춘 근시안적인 정책으로, 장기적인 국가의 고등교육 방향을 인도해나갈 정책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정책을 현 정부 말기이자 차기 정권의 시기에 해당하는 2기까지 강행해서는 안 되며 2기부터는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통해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새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회에 계류된 대학구조개혁법은 지지부진한 논의에 처리 전망이 불투명하다.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대학 정원감축을 강제적으로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현재 대학구조개혁을 위한 평가 작업을 진행 중인 교육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학구조개혁법에서 현재 진행 중인 평가 결과를 인정할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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