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송액이 무려 5조원대에 이르는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시됐다. 사진은 2007년 4월 서울 여의도 금감위 앞에서 열린 론스타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 직권취소 결의대회. (사진출처: 연합뉴스)

24일까지 1차심리… 내년 상반기 중 최종결론
패소시, 거액 혈세 유출… 유사소송도 우려돼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15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된 미국 투자자인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 이례적인 소송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를 상대로 벌이는 사실상 첫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인데다,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이 걸려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소송액 5조원대(46억 7900만 달러)에 이르는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 ISD 첫 심리가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시작됐다. 심리는 세계은행 산하 중재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열렸으며 양측 당사자와 법률 대리인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정부는 이번 소송을 위해 법무부를 비롯해 6개 유관 정부부처 팀장급 실무자 10여명으로 구성된 합동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했다. 심리에 앞서 정부 합동대응팀 간사인 김철수 법무부 국제법무과장은 “기선을 제압하는 측면에서라도 잘하겠다. 일반적으로 타협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지만 구체화된 것은 없고 론스타로부터 (타협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1차 심리에는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김석동·전광우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전직 고위 관료들이 대거 증인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들을 포함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위원장 등 26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1차 심리는 24일까지 진행되며 내달 29일부터는 열흘간 2차 심리가 진행된다. 최종 결론은 내년 상반기 께 나올 예정이다.

이번 소송이 론스타의 승리로 이어질 경우 거액의 금액을 배상해야 하고, 자칫 유사 소송도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은 14일(현지시간) 심리 개시 소식을 보도하면서 “한국의 개방성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의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며 “결론이 어떻게 나든 외국 투자자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소송은 론스타가 2012년 11월 한국 정부의 매각 승인 지연과 불합리한 과세(5조 1000억원) 적용으로 손해를 봤다며 ICSID에 중재 신청을 하면서 시작됐다.

주요 쟁점은 론스타가 HSBC에 외환은행을 매각하지 못한 원인이 한국 정부의 매각승인 지연에 있는지, 정부가 론스타에 부과한 8000억원대 세금 규모가 적절했는지, 론스타가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BIT)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지 등이다.

론스타는 매각승인 지연에 따른 손해 2조원과 이에 대한 이자, 부당하게 부과한 세금과 이에 대한 이자 등을 포함해 약 5조원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매각승인 지연은 당시 진행 중이던 사법절차 때문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자산 매각에 따른 세금부과는 당시 자산매각의 주체인 론스타 벨기에 법인은 페이퍼 컴퍼니이기 때문에 한-벨기에 BIT 적용 대상이 아니며, 실제 이익도 론스타 본사가 가져갔기 때문에 적당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론스타 ISD 심리와 관련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우리 정부가 민변의 심리 참관 신청을 지난 14일 돌연 거부했다며 “모든 정보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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