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베트 불교 사캬종 41대 종정 사캬 티진. (사진제공: 세첸코리아)
티베트 불교 사캬종 41대 종정 사캬 티진
누구나 고통을 원하지 않아… 이기적인 사람 자비심 없다
중생에게 베푸는 자는 ‘행복’… 이웃 사랑하는 마음 가져야
세월호분향소 찾아 가족 위로 “진실이 밝혀지길 기도할 것”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티베트 불교 4대 종파 가운데 하나인 사캬종(灰土宗)의 종정(최고 큰 어른)인 사캬 티진이 방한했다. 사캬 티진은 티베트 불교에서 달라이라마, 카르마파와 함께 3대 존자(학문과 덕행이 뛰어난 부처의 제자를 높여 이르는 말)로 불리며 모든 불자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큰 스승이다.

스님의 방한은 국내 티베트 불교 수행 모임인 세첸코리아의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사캬 티진은 지난 8일 동국대에서 열린 대중법회 ‘자비로운 여정’에서 한국 불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이에 앞서 기자를 만난 사캬 티진은 불자들이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선 이기심을 버리고 타인의 행복과 고통을 돌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덕성은 자비심에서 시작한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캬 티진은 깨달음의 성취자이자 밀교 수행자의 왕으로 불리는 큰 스님이다. 그는 “모든 덕성의 뿌리는 자비심이다. 타인의 행복이나 고통을 돌아볼 줄 아는 마음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캬 티진은 “이기적인 사람은 집착이 강하고 남을 원망하는 마음이 커서 행복을 가질 수 없다”면서 “이기심을 버리고 타인의 행복이나 고통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자비심이 불제자들에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진정한 자비심을 기른다는 의미에 대해 “우리와 가까운 사람뿐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똑같이 자비심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모든 중생이 서로를 위해 자비심을 낸다면 모두가 사랑을 받고 행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나 자비심의 씨앗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 사캬 티진은 모든 사람에게 자비심을 똑같이 느끼기는 쉽지 않지만 노력과 수행으로 기를 수 있다고 가르쳤다.

◆이기심 버리고… 이웃의 고통 돌아보라

그렇다면 자비심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사캬 티진은 “우선 자신의 이기심부터 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누구나 고통을 원하지 않으며 행복을 원하고 있다”며 “타인의 행복이나 고통을 돌아볼 줄 아는 마음을 키우는 것이 자비심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승불교에서는 마음으로만 자비심을 수행하지만 밀교에서는 신구의, 즉 몸과 말, 마음을 통해 자비심을 기른다. 이는 보다 효과적이고 빠른 수행법”이라고 덧붙였다. 이기적인 사람은 자비심도 없고, 행복할 수도 없음을 강조한다.

이기심이 많은 사람은 오만하고 질투심이 강하고, 남을 원망하고 집착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모든 중생에게 자비심을 갖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게 되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확신했다.

사캬 티진은 “불교신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종교를 떠나 모든 이에게 해당되는 것”이라며 “자기 행복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세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5일 방한한 그는 다음날 광화문 분향소를 찾아 세월호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세월호 가족들을 만나 위로의 말을 건넸다. 사캬 티진은 “지난해에 세월호 참사 뉴스를 보고 마음이 너무나도 아프고 슬펐다”며 “희생자들을 위해, 그리고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고 가족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 젊은 시절 달라이라마를 만난 사캬 티진이 존경의 예를 표하고 있다. (사진제공: 세첸코리아)
◆사캬 티진은 누구

사캬종의 41대 종정인 사캬 티진은 티베트 불교 최대 종파인 겔룩파의 수장 달라이라마 다음으로 높은 스님으로 꼽힌다. 사캬종은 티베트 4대 종파 가운데 하나로 1073년 종조인 꾄촉 갤뽀에 의해 창건된 사캬사원에서 유래했다. 람데(道果)라는 명상수행을 하는 것이 특징으로 이는 탄트라 경전 중 하나인 헤바즈라 탄트라에서 유래된 가르침이다. 19세기 이후에는 잠양 켄쩨 왕뽀, 로떼르 왕뽀와 같이 근세 티베트 역사를 대표하는 고승들이 종파를 뛰어넘는 설법과 수행으로 사캬종의 가치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사캬 티진은 1945년 9월 7일에 티베트의 싸가쩨 근처에 있는 쩨동이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그는 5세부터 대승(大乘)과 금강승(金剛乘) 양쪽에서 다양한 가르침을 배우기 시작했다. 당대 최고의 실력을 갖춘 여러 스승으로부터 비공개적으로 람데를 비롯한 다양한 가르침을 전수받았다. 사캬 전승의 구전 가르침뿐 아니라 율장, 중관, 반야경 등 불교교리를 비롯해 논리학, 천문, 의학, 문학, 승무 등 광범위한 분야를 습득했다. 11세에는 달라이라마로부터 배우기도 했다.

그리고 불과 14세의 나이에 사캬종의 41대 종정(宗正)이 됐다. 그는 1959년에 티베트의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해 인도로 망명하게 된다. 900년간 이어온 사캬사원을 버리고 빈 몸으로 히말라야를 넘어 씨킴으로 들어간다. 그때 그의 나이 15세였다. 이듬해에 다질링에 사원을 건립하고 승가(僧家)를 재조직하기 시작했다.

사캬 티진은 다질링을 떠나 1963년에 인도 데라둔에 사캬사원을 건립했고 이후로 그는 인도와 네팔 등지에 많은 사원과 강원, 무문관 등을 세우고 전 세계에 다른 많은 신행단체들을 일으켜 세웠다. 나라와 인종, 종교를 가리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법문을 펼치고 있다. 현재는 인도 데라둔 근처에 있는 사캬사(사캬종 총본산)에 거하면서 대중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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