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민족사나 민족종교를 언급하면서 빠질 수 없는 단어가 ‘개벽’이다. 일례로 원불교는 100년 전 종단을 창립하며 개교 표어로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이는 물질적 번영과 발전의 시대에 맞춰 정신과 도덕의 부활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개벽’은 원불교사전에 따르면 천지가 처음으로 생김, 즉 하늘이 처음 열리고 땅이 처음으로 만들어짐을 뜻하는 의미(천지개벽)로 주로 사용됐다. 그래서 현재의 천지가 창조되기 이전을 선천, 그 이후를 후천이라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또는 어떤 일이나 상황이 획기적으로 변화되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날 때를 의미하는 말로 정신개벽, 후천개벽과 같은 말로 쓰인다.
또 개벽이 이뤄진 시대를 가리켜 ‘개벽시대’라 하는데, 천지가 새롭게 열려 새로운 세상이 도래한 시기를 뜻한다. 천지가 열리는 시점을 기준으로 이전의 시기를 선천개벽시대로 이후의 시기를 후천개벽시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1860년 최제우가 동학을 창시하면서 그 이전을 선천 그 이후를 후천이라고 쓰기 시작한 후 많은 한국의 신종교들이 후천개벽설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시 말해 후천개벽은 어둡고, 불평등하고, 괴롭고, 낡은 선천의 세상이 지나가고 밝고 평등하고 살기 좋은 낙원의 새 세상이 돌아온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많은 민족종교들이 이전의 부패한 종교를 통해서는 이상향에 도달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자신의 종단을 통해 후천개벽을 이뤄내길 기대해왔다.

눈에 띄는 점은 천주교나 개신교 등 기독교 성서(경)에도 이 같은 표현이 있다는 것이다. 요한계시록에는 없어지는 처음 하늘과 처음 땅, 새롭게 창조되는 새 하늘과 새 땅이 대조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신학자들은 이 같은 선(先) 천지를 부패해 쇠퇴하는 이전 시대로, 새 천지를 새롭게 창조되는 하나님의 나라인 지상천국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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