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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교역자 93% 계약서 없어
4대 보험 가입자는 단 3%
현 사례비 금액 만족도 9%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교회 부교역자들의 처우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 담임 목회자와의 사례비 차이는 엄청났고, 부교역자들은 교회 안에서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을’이었다.

최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 개신교 교회 소속 부목사, 전도사 등 부교역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8일에는 이 내용을 토대로 ‘한국교회 부교역자를 생각하다’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들에게 월 평균 사례비를 물어본 결과 전임목사의 평균은 204만원이었고, 전임전도사는 148만원, 파트타임 전도사는 78만원이었다. 사례비는 주거비나 도서비, 학비 등의 여타 혜택이 포함되지 않는다. 현재 사례비에 대해 ‘충분하다’고 긍정한 응답은 단 9.9%(매우 충분 1.8% + 충분 8.1%)에 머물렀다.

눈에 띄는 점은 같은 교회에 몸담고 있는 담임 목사의 사례비는 월평균 395만원으로 전임 목사의 평균 사례비와 큰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전임 목사의 현재 평균 사례비(204만원)보다 191만원 더 많고, 전임 목사가 희망하는 사례비(260만원)보다 무려 135만원이 더 많았다. 500만원 이상을 받는 비율도 26.4%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여러 상여금이나 혜택을 생각해본다면 훨씬 더 큰 차이가 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체감하는 경제사정에 대해 부교역자들의 ‘어렵다’라는 답변이 64.2%를 차지했다. 응답자 특성별로는 ‘20대(67.8%)’ ‘파트타임 전도사(79.1%)’ ‘300명 이하 교회(71.8%)’에서 현재 경제 사정이 어렵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4대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에 가입한 경우는 3.2%밖에 안 됐다.

불합리한 처우를 당하고도 부교역자는 사회법에 호소하기가 어렵다. 사역과 관련한 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을 하기 때문이다. 응답자의 93.7%는 사역 관련 교회와 합의된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사역 관련 계약서 작성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9.3%가 나오는 등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게 자신들의 의지가 아님을 보여줬다.

이와 관련해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현실은 부교역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교회의 입장에서 이루어진 것을 보여준다”며 “결국 교회가 ‘갑’의 입장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 기본적인 계약서 작성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현실을 바라보는 부교역자들의 마음은 참담하다. 한국교회에서 부교역자의 삶을 한 마디로 말해보라는 물음에 ‘종·머슴·노예’라고 대답한 이들이 10.8%로 가장 많았다. ‘계약직·비정규직·인턴·일용직·임시직’이라고 대답한 사람도 8.1%에 달했다. 또 ‘담임목사의 종·하인·하수인’이 5.5%, ‘소모품·부속품’이라고 하는 이가 5.2%, ‘을·병·정·갑질당하는삶’이 4%, ‘직원·회사원·직장인·부하직원’이 3.5%, ‘고난·고달픈삶·힘든자·어려운삶’이 3.4% 등으로 나왔다.

조성돈 교수는 “자신을 교역자나 성직자, 또는 목회자로 보는 사람은 없다”며 “모두가 참담한 자신들의 삶을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밝힌 것”이라며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고형진 강남동산교회 목사는 “담임목사들이 무엇보다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부교역자의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부교역자를 동역자로 신뢰하고 인정하고 존중하는 수평적인 존재가 되어야 한다. 부교역자를 을로 취급하여 명령하고 지시하고 요구하는 갑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배덕만 건신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 같은 부교역자들의 현실에 대해 ▲교회·담임목회자의 의식 변화 ▲교단적 차원의 대안 모색 ▲이중직에 대한 적극적 검토·모색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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