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계가 부처님오신날(5월 25일)을 앞두고 15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연등회 준비로 분주하다. 봉축 기간에 조계종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 설치된 연등을 배경으로 석공예명장 남진세 석조각장의 작품 ‘탄생불’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고승들 300명 한반도·세계평화 기원… 최대 규모 연등회 준비 박차
16일 동대문~광화문광장 연등행렬… 도심 수놓을 10만 연등 장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불교계가 부처님오신날(5월 25일)을 앞두고 봉축행사 준비로 분주한 가운데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열리는 연등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수만 개의 화려한 오색연등을 들고 도심을 지나는 연등행렬은 시민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큰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전 세계에서 300여명의 고승(高僧)이 모여들어 한반도 평화와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특히 동·서양의 불교지도자들이 국내 불자들과 함께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형형색색 10만개의 연등을 비추는 모습은 장관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불교계는 올해 봉축표어로 ‘평화로운 마음 향기로운 세상’을 선정했다. 이에 연등행렬도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태극기등(燈)을 비롯해 ‘평화통일 한반도등’, 평화와 화합의 의미를 담은 ‘마애삼존불등’ 등이 선보인다.

불교계는 지난달 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미륵사지탑등’ 점등식을 시작으로 봉축의 시작을 알렸다. 전국의 사찰과 주요 도심에 화려한 오색연등이 달리며 봉축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수만 명이 서울 도심에 수놓을 연등행렬은 예년에 동국대를 출발해 종각 사거리에서 마무리했던 거와 달리 올해는 오는 16일 오후 8시 광화문광장으로 집결한다.

부처님오신날봉축위원회 봉행위원장 지현스님은 “이번 연등회는 동국대를 출발해 종각에서 회향했던 지난 연등회와 달리 광화문광장까지 연결해 진행될 예정”이라며 “많은 인원이 참가하는 만큼 차질없이 준비하고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15일부터 조계사 옆 우정공원과 서울 봉은사, 청계천 등에서는 전통등 전시회가 열리고 17일 낮에는 조계사 앞 우정국로에서 내외국인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전통문화마당도 열린다.

지난 2012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연등회는 수천 년 이어온 우리나라의 불교문화이자 전통문화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국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전통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연등(燃燈)은 등에 불을 켜 놓음으로써 번뇌와 무지로 가득찬 어두운 사바세계(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밝게 비춰주는 부처의 공덕을 기려, 선업(善業)을 쌓고자 하는 공양의 한 방법이다. 연등에 관한 기록은 ‘현우경 빈녀난타품’을 살펴보면 나와 있다. 부처님이 영취산에 계실 때의 일로, 밤을 밝힌 다른 등들은 다 꺼졌다. 하지만 ‘난타’라는 가난한 여인이 지극한 서원과 정성으로 밝힌 등불만이 끝까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이것을 본 부처님은 “이 여인은 등불 공양의 공덕으로 성불(부처가 되는 일)할 것”이라는 말씀을 했다.

▲ 지난해 4월 26일 오후 불교계 대표지도자들을 선두로 서울 종로 일대에서 연등행렬이 펼쳐지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불교 연등회 역사

불교계에 따르면 연등회(燃燈會)는 번뇌와 무지로 어두운 세상을 지혜와 깨달음의 빛으로 환하게 밝혀주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신을 등(燈)으로 밝혀 봉축하는 불교 전통의식이다.

우리나라 연등회의 시작은 신라시대부터다. 연등 행사와 관련된 최초의 기록은 ‘삼국사기’에서 “통일신라시대 경문왕 6년(866) 정월 보름에 왕이 황룡사로 행차해 등불을 구경하고 신하들에게 연회를 베풀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통일신라시대 연등 행사는 중국 상원연등회 영향으로 정월대보름에 개최됐다.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도 이러한 전례를 수용해 정월 보름의 연등행사를 국가적 차원의 불교의례로 법제화했다. 숭유억불 정책을 펼친 조선시대에도 4월 초파일 연등회는 이어졌다. 고려시대 상원 연등회의 국가의례로서의 위상은 낮아졌지만 민간에서 4월 초파일 연등행사는 주요 불교행사로 더욱 성행했다.

근현대사에서의 연등회에 대한 기록은 1907년 명진학교(동국대 전신)의 행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원각사 자리의 탑골공원에 꽃으로 장식한 탄생불을 모셔놓고 관불의식을 행했으며, 저녁에는 흰코끼리상을 앞세우고 등을 들고 종로-을지로-광화문을 도는 제등행진을 했다.

1975년 4월 초파일 석가탄신일이 공휴일로 제정됨에 따라 1976년부터 연등행사가 부활돼 여의도광장에서 조계사까지 불교신자들의 4월 초파일 제등행진이 다시 시작됐다. 1996년부터 불교 교단은 조계종을 중심으로 석가탄신일 행사를 동대문운동장에서 조계사까지의 제등행진을 비롯해 불교문화마당, 어울림마당, 회향한마당 등 여러 가지 행사들로 연등축제라는 이름의 불교문화축제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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