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에 위치한 감리교신학대 교내 약 15m 높이의 종탑에서 총여학생 회장 이은재씨가 이사장 퇴진과 학생주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울분 토하는 감신대생

인사비리 의혹에 막말까지
뿔난 감신대 신학생·교수들

법인처 점거에 천막 농성
단식투쟁까지 했지만 ‘불통’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130년에 가까운 개신교 역사를 대표하는 신학교인 감리교신학대학교가 이사장의 막말과 인사 비리 의혹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학내에는 이사장과 총장, 교수평의회와 학생들 사이에 한 달 넘게 대자보 전쟁이 벌어졌고, 시위와 농성도 동반되는 등 사태가 날로 악화되고 있다.

4일 총여학생회장 이은재씨가 이규학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학교 웨슬리채플 건물 십자가 종탑에 올라갔다. 7일 현재 고공 농성에 돌입한 지 나흘째, 학교 측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날 오후 학생들은 학생비상총회를 열고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교수평의회 측은 천막 농성에 돌입했으며, 학생들은 법인사무처를 점거하고 ‘교육부 감사요청 및 이사장 퇴진 촉구’를 위한 학생서명운동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450여명의 학생들이 서명했다. 또 130명의 학생들이 학생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모든 학생들과 이 문제를 공유하는 등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이은재 감신대 총여학생회장은 왜 학교 웨슬리채플 건물 십자가 종탑에 올라갔어야만 했을까. 그는 이규학 이사장과 박종천 총장과의 대화를 거부했다. 그리고 이규학 이사장의 퇴진 등 학생들의 주장이 관철되기만을 요구했다. 이사장과 학생 사이 갈등의 골이 상당히 깊어보였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인사비리 의혹에 막말 논란까지

발단은 지난해 2월 김모 교수가 진급에서 탈락되면서 불거졌다. 진급하지 못할 사유가 없음에도 부당하게 탈락됐다며 총학생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후 9~10월에는 비정년 계열 교수 3명을 상대로 진행된 정년 전환 심사에서 강의 평가 점수가 우수했던 여교수가 탈락됐고, 이사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두 교수가 심사에서 통과됐다.

또 ‘감리교신학대학교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일반 행정 계약직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도 모집공고로 합당한 자가 지원을 했음에도 이사장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 채용됐고, 법인의 수익용 재산인 강남 논현동 MTU 빌딩의 관리팀장도 이규학 이사장이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교회의 교인이 채용됐다. 아울러 교수회의에서 논의된 사항들이 고스란히 이사진에게 전해지며 불법 도청 논란이 불거졌다. 박 총장은 이와 관련해 자신과의 관련성을 부인하며 법인사무처 직원과 교수 한 사람이 관련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사장의 막말도 논란이 됐다. 이 이사장은 여성 목사를 향해 ‘원한이 꽉 찼다’ ‘불독 같다’ ‘다 왈왈왈 조심해야 해’ 등 막말을 내뱉어 여성 목회자는 물론 여학생들의 분노를 샀다. 이번에 고공 농성에 돌입한 이은재 총여학생회장은 지난달 10일 대부분을 ‘왈왈왈’이라는 표현으로 채운 성명을 낸 주인공이다. 또 이규학 이사장은 여성 운전자들을 투우사에 비유하며 “문제가 생기면 차에서 내려 하이힐로 때린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아울러 감신대 총장을 가리켜서는 “총장이 지금 미쳤어요. 미친놈이야. 정신 감정해야 돼”라고 비하했다. 또 특정학과를 향해서는 “종교철학과 애들 졸업하면 애들이 그렇게 못 쓰게 된다는 거야”라고 평가 발언을 했다. 또 “총장 앞에 교수들이 벌벌벌 떨고 줄서야 해. 이제 앞으로는 이사장 앞에 줄서야 되는 거야”라고 고압적인 태도가 섞인 발언을 했다. 또 “학교 구조조정 좀 하고, 많이 나이 든 사람 한 두 사람 좀 나가고, 큰 문제 일으키기 전에 몇 놈 나가고”라는 등 인사권자의 막강한 권력을 드러내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교수·학생 “이사장 퇴진” 시위·농성

이은재 총여학생회장은 “이사회가 교직원 임용, 정관 개정, 학제개편 권한을 독점했고 이제는 학생 사찰까지 일삼았기에 우리는 한 줄기 자유마저 박탈당했다”며 고공농성 이유를 밝혔다. 또 학교 측과의 대화를 거부하며 학생들을 향해 “주체적인 행동으로 회복을 이끌어내자”고 권유했다.

7일 학생들은 학생비상총회를 열며 “이사장은 이러한 잘못에도 불구하고 교수를 고소하고 학생들에게는 사법처리로 대응하겠다며 법적 위협도 불사하고 있는 상태”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아울러 “공부해야 할 학생들이고 한 교회의 사역자들이지만, 모교인 감신대를 사랑하고 부패해가는 학교를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었기에 이러한 움직임을 결단하게 됐다”고 비상총회 소집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달 6일 교수평의회와 총학생회 등 학생들은 법인사무처를 점거하고 천막 농성을 벌이는 등 강경하게 저항운동을 해나가고 있다. 교수들과 원우들도 지난달 내내 학내 게시판에 대자보를 붙이며 이들의 활동을 지지했다. 그달 20일에는 조경철 교수가 단식에 돌입해 9일 동안 음식을 먹지 않았다. 교수협의회와 동문들은 속속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 감신대 채플관 앞에 ‘이사장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사장·총장, 사태 수습 ‘역부족’

이사장과 총장 측도 사태수습을 위해 담화문을 발표하고 서신을 보내는 등 맞섰다. 지난달 10일에는 이 이사장이 사과문을 발표했고, 박 총장은 담화문을 발표했다. 20일에는 이 이사장이 담화문을 내고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다.

당시 이 이사장은 “인사문제를 적법하게 치리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다만 과정상 부족한 점은 보완해 가능한 원만히 처리하고자 했다. 일부 평의회 교수들은 인사의혹 주장을 넘어서 인사 비리라고 단정하고 있다. 만일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진상조사위원회에서 모든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사회는 6일 감리교신학대학교 분쟁(진상) 특별조사위원회를 전체 인원 15명 중 9명 정도가 참석한 가운데 감신대 국제회의실에서 처음 열었다. 이사회 반대 측은 참석하지 않았다.

박 총장은 지난달 27일 이번 사태로 감신대 운영에 어려움이 생길 것을 우려해 전국 목회자들에게 기도회 개최를 당부하는 서신을 발송했고, 6일에는 대자보를 통해 “학교의 공공성과 자율성 회복하기 위해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범 감신 원탁회의에 나오라”고 요구했다. 그는 현재 금식기도 중이다.

이사장과 총장을 비롯한 이사회와 교수평의회와 학생들로 나뉜 양 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구도를 그리고 있다. 오히려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인 가운데 감신대 사태를 우려하는 교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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