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己丑)년 한 해가 간다. 가는 해를 붙잡을 수는 없다. 이상하게도 단순히 한 해가 간다기보다 한 시대(時代)가 가고 있다는 생각은 무리한 생각일까. 모든 것이 혼탁하기 그지없고 순리는 사라지고 역리가 지배하고 있으며, 그 역리의 세상 역시 한계를 보이는 혼돈의 극치가 작금의 시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그 끝, 즉 말세(末世之末)를 실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한 해를 보내면서 희망을 잃을 필요가 없는 것은 끝은 끝을 위한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요, 새로운 시작과 질서를 알리는 희망의 표증이라는 데 귀 기울였으면 한다. 바로 송구영신(送舊迎新)이 아니겠는가. 부패하고 타락한 한 시대가 종말을 맞게 되니 새 것으로 새롭게 시작되는 새 시대를 영접하자는 것이다. 즉, 정신의 세계며 영적세계의 종말과 시작을 의미한다.

혼돈된 깜깜한 세상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음을 예고한다고나 할까. 아무튼 들을 귀를 요구하는 세상임에는 틀림이 없는 듯하다.

유불선 삼도(三道)를 포함 모든 예언서가 표현만 다를 뿐 이 한 때를 똑같이 예언하고 있음도 깨닫자. 그 중 서기동래(西氣東來)가 있다. 서쪽의 기운이 동쪽에 온다는 뜻이며, 바로 2010년 경인(庚寅)년과 다음해인 신묘(辛卯)년을 뜻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경(庚)과 신(辛)은 오행상 금(金)이고 방향은 서쪽(西)이며 색상은 흰색(白)으로, 서쪽의 금기인 경(庚)이나 신(辛)이 동쪽을 뜻하는 자리인 인(寅), 묘(卯)와 합을 이루는 때를 말한다. 이것이 금목합운(金木合運)이며 서기동래의 때이고 같은 말로 백의민족생지년(白衣民族生之年)”이다.

이상에서 볼 때, 가는 해를 쳐다보며 아쉬움은 물론 모든 불신풍조를 멀리하고 외려 희망찬 미래를 맞이할 궁리를 하는 게 더 나으리라 주문해 본다.

경인(庚寅)년 새해는 참으로 서기동래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많은 일들이 여기저기서 그 증거로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한 분의 국가 원로를 만났을 때 그 분의 말씀 중에 “친분 있는 한 유대인이 이젠 자기 유대인들보다 한국의 역량이 더 커졌다”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또 모든 세계인의 관심사는 이제 아시아권으로 향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요즘 아시아는 물론 세계가 관심 갖기에 충분한 행보가 있다. 그것은 한중일의 외교다. 서기동래, 그 가운데서도 과연 누가 중심국이 되느냐에 사활을 건 승부가 시작된 것이다. 중국의 새 지도자로 점쳐지는 시진핑 국가부주석의 ‘구동존이(求同存異)’ 정신을 앞세운 발 빠른 외교적 행보와 함께 오자와 이치로 일본 민주당 간사장은 한국엔 3명의 수행원과 조용한 방문으로 오히려 관심을 끌었으나, 142명의 국회의원을 포함 600명의 수행원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하는 등 한중일의 행보는 그야말로 세계를 긴장하게 하고 또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미 ‘아시아 중심’은 국제체제의 새 화두가 되고 말았다. 힘의 균형이 전이(轉移)되는 과정인가 보다. 얼른 보기엔 미국에서 중국으로의 이동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때, 소수민족의 부활을 부담으로 앉은 채 길을 나서는 시진핑, 기후와 지형의 소용돌이와 새로운 질서에 부담을 앉은 채 나서는 오자와의 행보도 좋지만 우리의 행보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선 내년 11월로 예정된 제5차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 개최는 세계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위상과 역할이 그만큼 커졌음을 입증한 것이며,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 등 해외언론들은 “새로운 조직이 경제의 리더십을 장악했다”며 신흥국으로 권력이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가장 먼저 위기를 극복한 한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가 형성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제15차 ‘코펜하겐기후협약’에서의 목소리는 물론 지구환경보존을 위한 선도적 발언 및 역할은 세계의 새로운 질서를 이끌어가기에 손색이 없음을 이미 시사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문화는 한글을 앞세워 세계 곳곳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 IT문화 즉, 창조적 문화를 앞세우지 않고는 세계지도국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놓고 볼 때, 서기동래는 세계사적 필연이며 우리의 몫이다.

이제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분열, 편파, 편견의 시대는 끝을 내고 통합, 화해 상생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절대적 명제가 있음을 깨닫자. 인기위주, 당리당략, 명예와 권력, 이념의 종이 되어 한 치 앞을 못 보는 미련함은 그만하자. 우리의 위대함을 세계는 인정하고 있으나 정작 우리 스스로가 인정하지 못하는 아둔함도 끝내자. 진정 국민은 물론 모든 지도자들은 국가의 미래 아니 지구촌의 미래를 걱정하는 멋있는 국민이 되기를 힘쓰는 의식의 개혁자가 되어 보자.

며칠 전 용산구 효창공원에선 매헌 윤봉길 의사의 77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자기를 버리고 가족을 버리고 나라와 민족을 구한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그 숭고한 정신을 기억하게 했다.

기축년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잠시 더듬어 볼 것은, 바로 이 시대가 흑암 가운데 모든 생각이 사로잡혀 있었으며, 모든 게 갇혀 있는 시대였음을 깨닫고 새로운 시대 곧 서기동래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살신성인 할 것을 다짐해 보자.

한 해 동안 함께해 준 애독자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