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로봇연구부 공학박사 조영조

대학입시 원서접수와 합격자 발표가 이어지는 요즈음, 장래 대학 학과의 선택을 앞둔 청소년들은 “나의 장래직업을 무엇으로 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생각에 종종 빠져들게 될 것이다. 이러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최근 직업인 알아보기 시리즈의 책들이 많이 등장하여 관심을 끌기도 하였는데, 필자도 여러 직업인 중의 하나로 로봇과학자를 소개하면서 꿈을 향한 열정을 최대 덕목으로 이야기 한 바 있다.

최근 한 기관에서 실시한 초·중·고등학생의 장래희망 조사에 따르면 교사, 의사, 연예인이 상위 5위권 내에 들어 있는 반면, 과학자나 공학 엔지니어는 비교적 현실적인 선택을 한 고등학생에서 9위에 들어 있을 뿐이었다. 20여 년 전 조사에서는 과학자가 초·중학생에서 수위를 차지한 것에 비하면 아마 꿈나무들에게 과학자라는 직업이 점점 매력을 잃어가는 모양이다. 심지어는 과학고등학교 재학생들에게서도 과학자·교수에서 의사·공무원으로 장래희망이 변해가고 있다고 한다.

과학자에 대한 인기가 점점 식어가는 데는 과학자들이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과학자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올바른 인식 부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전형적인 과학자의 이미지는 흰 가운을 입고 복잡한 기기의 눈금을 확인하며 컴퓨터와 대화하는 등의 모습으로 비추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세상과는 동떨어진 세계에서 남들과의 타협 없이 고집스럽게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이 곧 과학자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듯하다.

현대로 오며 과학이 그 기술적 응용과 밀접해지면서, 과학자의 연구테마는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고, 연구성과는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과학자는 사람들의 세상살이에서 문제를 찾아내고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어, 누구보다도 사람사이의 관계에 민감하고 세상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물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일에 몰두하는 정도는 어느 누구보다 깊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세상에서 격리되어 살아가는 듯한 인식에서 과학자의 삶을 고단하고 고집스러운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그릇된 일이다.

과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종사하는 전문분야에서 뜻있는 공헌을 했다고 느낄 때를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생각한다. 그 성취가 물질적 풍요를 가져오게 되면 더욱 좋겠지만, 그런 것에는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 자신이 만든 이론이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들의 새로운 연구결과에 바탕이 된다든지, 자신의 발명품이 각광받는 제품에 전적으로 채택되어 활용된다는 것은 과학자들에게는 인생의 보람이며 가치인 것이다.

과학자들의 문제해결을 위한 집중력은 새로운 진리 발견의 환희로 이어지기도 한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 중에 물이 넘쳐흐르는 것을 보고, 진짜 금관을 가려낼 부피계산법을 알아낸 후 “유레카!”를 외치며 벌거벗은 채로 뛰어 나와 최초의 스트리킹을 했다는 이야기는 과학자의 성취가 얼마나 큰 희열을 주는가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과학자는 집요한 열정으로 꿈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이며, 이 성취에 대한 만족감을 인생의 최대 가치로 여기는 사람들이다. 이 과학자들의 기여로 우리나라는 전쟁의 폐허를 딛고 50여 년 만에 세계 9위 무역대국으로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오며 기관의 구조조정에서 과학기술계가 일순위로 거론되고 과학의 성취에 필연적으로 걸리는 시간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등으로 과학자들의 사기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학자들의 삶의 기쁨인 성취감을 북돋을 수 있는 사회의 격려와 긍정적인 인식 전환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래의 한국을 짊어져 나갈 꿈나무들에게도 이야기를 꼭 전해주고 싶다. 과학자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축이고 일에 대한 성취감도 크며 물질적인 풍요도 이룰 수 있는 훌륭한 직업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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