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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당첨됐다” 전화로 ‘무료서비스’ 손님 유인
1회 관리해주고 수백만원짜리 상품 집요하게 권유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 “계약서 꼼꼼히 살펴야”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이벤트 당첨되셨어요. 무료로 피부 관리받으러 오세요.”

지난달 23일 오후 기자에게 걸려 온 전화 한 통. 수화기 너머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난해 서울 대학로에서 응모했던 게 당첨됐다는 것. 추가로 돈을 요구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진짜 무료인가요?”

“네, 1회 무료로 해드리고 있어요. 언제가 괜찮으세요?”

잠시 일정을 확인한 뒤 약속 날짜를 잡았다.

닷새 뒤인 28일 오후 7시. 피부 관리를 받기로 한 이날 시술 장소인 서울 강남구 신사동 R피부관리실 안으로 들어섰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창가의 테이블. 칸막이 뒤로 고객들이 있었다. 상품 상담을 받는 게 확실했다. 테이블 위엔 서류 몇 장도 놓여 있었다.

“어떻게 오셨나요.” 한 점원이 말을 걸어왔다. 피부 관리를 받으러 왔다는 말에 점원의 표정이 밝아졌다. 며칠 전 전화로 피부 케어 설명을 했던 여성이었다.

점원은 창가 쪽 빈 테이블로 안내한 뒤 피부 타입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저녁때 약속 있으세요? 피부 관리를 다 받으면 넉넉히 9시 반쯤 끝나요.”

피부 관리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 의아했지만 ‘괜찮을 것 같다’고 답했다. 옷을 갈아입은 후 마사지 전용 침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 여러 개가 일렬로 놓여 있었고, 10여명의 여성들이 침대에 누워 피부 관리를 받고 있었다. 점원은 “이벤트로 인해 처음 오는 분도 있고, 기존에 왔던 고객도 많다”고 귀띔했다.

“다 끝났습니다.” 시계를 보니 8시밖에 되지 않았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앞에 있던 점원이 창가 쪽 테이블로 다시 자리를 안내했다. 그리고는 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관리 어떠셨어요?” 다른 여성이 눈웃음을 치며 자리에 앉았다. 여성스러운 옷맵시, 능수능란한 말솜씨가 눈길을 끌었다. 그가 고객 유치를 전문으로 하는 상담사라는 것을 아는 데는 몇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금 건 맛보기에 불과해요. 특수관리를 받으면 정말 좋을 거예요.” 그는 테이블 위 종이에 ‘1:1 매칭관리’ ‘관리 기간 내 화장품 무료 지원’ 등의 혜택을 적기 시작했다.

“이런 혜택 다 받는데 비쌀 거 같죠? 앰플 값만 내면 돼요. 한 달에 10만원씩 24번(총 240만원)이요. 한 번에 내는 게 아니고 카드 결제도 가능해서 부담이 전혀 없어요.”

스물네 번이나 꼬박꼬박 오는 게 불가능할 것 같다고 하자 그는 귓가에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12번만 관리받으세요. 원래 안 되는데, 특별히 해드릴게요. 사실 10번 이상만 받아도 충분히 피부가 좋아져요.” 상담사는 고객의 부담을 이해하는 척하면서 교묘한 말로 피부 관리를 계속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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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관리, 소비자 피해 급증

실제로 ‘이벤트 당첨’ 등의 미끼로 고객을 유인해 고가(高價)의 상품을 권유하는 일은 일상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피해 구제 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피부·체형관리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건수는 2010년 134건, 2011년 135건, 2012년 191건, 2013년 6월 말 현재 82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2년에는 전년 대비 41.5% 급증했다.

피해자가 지불한 계약금액을 보면 절반가량(51.1%)이 100만원 이상의 고가였고, 많게는 1000만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의 사정으로 계약을 해지할 때 부담해야 하는 위약금 액수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또한 고가의 계약임에도 사업자가 계약서를 교부하는 경우는 18.6%에 불과했다.

피해자의 성별은 ‘여성’이 254건으로 전체의 93.0%를 차지했다. 성별 계약내용을 살펴보면 여성은 ‘피부관리’ ‘경락’ ‘체형관리·교정’ 등의 순이었다. 반면 남성은 ‘두피·탈모’ ‘피부관리’ 등의 순이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계약체결 시 반드시 계약서를 받아 반환기준, 유효기준 등 계약 내용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며 “구두로 약정한 내용이나 무료 서비스 등은 계약서에 명시해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화장품을 받은 경우, 계약해지 시 화장품을 개봉했다는 이유로 과도한 위약금을 부담하게 될 수 있다. 확신이 없을 경우 받은 화장품은 개봉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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