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살아있는 여신 ‘쿠마리’로 떠받들여지고 있는 ‘마티나 샤카’가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열리고 있는 머친드로나트 축제를 지켜보고 있다. 쿠마리는 연중 13번의 특별한 경우에만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 악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고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살아있는 여신으로 힌두교도와 불교도 모두에게 추앙받고 있다. ② 지난달 27일(현지시각) 힌두교 최대 성지인 파슈파티나트 사원의 바그마티 강가에서 지진으로 숨진 13살 소년의 장례식이 열리는 가운데 그의 16세 된 형이 묵묵히 서 있다. 힌두교도들은 사망 뒤 24시간 안에 화장을 해야 한다. ③ 네팔의 샤먼은 인구 3000만명 중 2.3%에 해당하는 약 70만명이다. 치병, 운명상담, 굿 등으로 종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 주고 있다. 네팔에서 샤먼의 의료행위는 일반적이다. 의료시설이 부족한 네팔에서 많은 사람들은 샤먼의 영적인 치병능력을 믿고 의지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국교는 힌두교, 사망 24시간 내 화장 “희생자에 대한 예우”

힌두교인, 우주 파괴의 신 ‘시바’를 위대한 신 ‘마하데브’로 여겨
석가모니 탄생지 있어 ‘불교 본고장’ 자부하지만 불자, 단 11%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네팔에서 대지진으로 사상자가 1만 800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만도 7000명이 넘는다. 지진 발생 다음날인 26일부터 카트만두 칵타푸르는 연기가 가득하다.

희생자 가족들이 모여 곧바로 희생자에 대한 화장식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네팔의 힌두교인들은 사망 후 24시간 안에 화장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다른 국가의 장례문화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기간을 갖기 위해 장례를 치를 때 시신을 곧바로 화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네팔에서는 사망자에 좋은 옷을 입혀 곧바로 화장하는 것을 망자에 대한 최상의 예우로 여긴다.

이는 네팔의 종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네팔의 힌두교인과 불교인 모두 환생을 믿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람이 사망하면 바로 육신이 파괴되어야 영혼이 지상을 바로 떠날 수 있다고 믿는다. 화장을 통해 머리 부분이 완전히 재로 변하면 영혼이 육체를 빠져나가 육체는 죽지만 영혼은 살아남는다는 믿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장을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하는 것이다. 이에 네팔의 종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팔의 국교는 힌두교로 국민의 81%가 힌두교를 믿고 있다. 그러나 불교(11%)와 이슬람교(4%), 기독교(1%)도 공존한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는 2500여 개의 사원과 신전이 있다. 1년에 50여 개의 힌두교 관련 축제도 개최하는 등 종교성이 상당한 나라이다.

◆믿는 신이 3억 8000 ‘힌두교’

네팔의 힌두교는 신이 3억 8000이라는 말이 있듯, 범신론을 주장한다. 힌두교의 교리에 따르면 모든 생명체의 영혼은 불멸하다. 육체 즉 형체만 윤회를 통해 바뀌게 되는 것이다. 전생의 업보에 따라 다른 형체로 계속 옮겨진다는 교리이다.

수많은 신 중 네팔 국민들이 주로 믿고 있는 신은 창조신이라고 불리는 ‘브라만’, 수호신 ‘비스누’, 파괴신 ‘시바 파르바티’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사라스바티 쿠마라 락시미 두르가 칼 버이러브 크리슈나 가네쉬 가루다 쿠마리 등 많은 신이 있는데 이들 신에는 또다시 여러 화신들이 딸려 있다. 힌두교에서는 불교의 석가모니도 비스누의 아홉 번째 화신으로 섬기고 있다. 힌두교의 신들은 여러 개의 팔이나 기괴한 모양으로 그려지며 이는 초인적인 힘을 표현한다. 그리고 힌두교인들은 이 같은 기괴한 형태를 신성시한다.

일례로 네팔 인접국가인 대표적인 힌두교 국가 인도 동부 바루이푸르에서는 지난해 11월 8개의 팔다리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 화제가 됐다. 인도의 힌두교인들은 브라만이 환생했다며 이 아이를 신성시했다. 힌두교 신들이 팔다리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아이를 보기 위해 밀려드는 인파를 정리하기 위해 경찰이 투입되기도 했다.

또 원숭이(하누마트)나 가네쉬(코끼리) 등 동물 형상으로도 나타난다고 믿고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힌두문화 샤머니즘 성행

먼저 창조의 신인 브라마는 우주와 다른 신을 창조한 신으로 모든 만물의 가장 꼭대기에 존재한다. 5개의 얼굴을 갖고 있었지만 시바신과 격론하다가 격분한 시바가 얼굴 하나를 잘라 얼굴이 4개가 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네팔 힌두교인들은 창조신과 다툰 시바 파르바티(우주의 파괴신)를 위대한 신 ‘마하데브’로 여긴다. 신의 모양은 한 손에는 창을 들고 목에는 코브라를 감고 있다. 이마에는 제3의 눈을 갖고 있다.

‘나라얀’으로 불리는 수호신 비스누도 네팔 힌두교의 주신 중 하나이다. 잘생긴 남성의 모습이다. 악을 몰아내고 정의를 회복하고자 현세에 여러 모습으로 부활한다고 믿고 있다.

힌두문화가 지배적인 네팔에서 샤머니즘은 삶의 일부분이다. 네팔의 샤먼 인구는 전체 인구 3000만명의 2.3%에 해당하는 약 70만명이다. 국민들은 이들에게 찾아가 치병, 운명상담, 굿 등 일상의 어려운 문제들을 털어놓는다. 네팔인들은 샤먼이 영적인 치병 능력이 있다고 믿고 그들에게 의료행위를 맡긴다. 샤먼은 영적인 세계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 신령과 대화와 타협을 통해 병을 치유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치료의 대가는 없다. 사람들이 샤먼을 존경하는 이유다. 치료나 굿을 받은 사람들이 감사한 마음을 돈이나 농산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금전을 목적으로 거래를 하지는 않는다.

◆불교 4대 성지 보유

네팔의 불교인들은 자국이 ‘불교의 본고장’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기원전 563년경 네팔 타라이 중앙의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났고, 부다가야에서 성불했다. 네팔에는 불교 4대 성지가 있다. 싯다르타가 태어난 룸비니다. 고대 인도 때는 카필라 왕국이었지만, 현재는 네팔과 인도의 경계지역 중 네팔 쪽에 있는 작은 숲이다.

그 다음은 부다가야다. 싯다르타가 성불한 곳으로 불교 최대의 성지이다. 또 제자 5명을 대상으로 최초로 설법한 사르나트(녹야원, 선인론처, 선인주처, 선인녹원, 선인원, 선원, 녹원, 녹림 등으로 불림), 84세에 열반한 쿠시나가라가 있다.

석가모니가 열반한 이후 불교는 1600년 동안 조직과 사상 면에서 분화, 발전, 쇠퇴의 과정을 거쳤다. 6세기 중엽 인도의 봉건제도가 확립된 후에는 힌두교가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외적의 침입도 발생하여 불교 지도자들이 인도를 떠났고, 이들은 네팔과 카슈미르 등지를 거쳐 중국 티베트로 넘어갔다.

13세기 초에는 이슬람교가 인도를 통치함에 따라 잔류한 불교도들도 사라지게 된다. 불교는 이후 백성이 생활종교로 신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인도에서 자취를 감췄다.

네팔의 일부 힌두·불교인들은 이번 대지진을 ‘카르마’ 즉 업보로 여기고 있다. 인간의 선악 행위로 말미암은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업보와는 상관없는 단순한 초도덕적인 사건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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